1998년 해외로 잠적·322억원 횡령한 혐의
검찰, 횡령액 일부 수정 및 추가 기소 방침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 조사 도중 해외 도피해 21년 만에 재판을 받는 정한근(54) 전 한보그룹 부회장의 첫 재판이 18일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 전 부회장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 전 부회장은 이날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혐의를 일부 수정할 뜻을 밝혔다. 검찰은 “공범 일부가 정 씨 몰래 탈취한 액수가 있어 그만큼의 횡령액은 감액 가능성이 있어 공소장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1996년 정 전 부회장이 운영하던 동아시아가스(EAGC)가 러시아 회사 루시아석유(RP)로부터 주식 27.5%를 취득했다 한보가 부도난 이듬해 20%를 매각한 것과 관련, 2001년에 나머지 7.5%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공소장 변경 및 추가 병합기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형석 기자 leehs@ |
검찰은 “출국 관련 범행은 내주 안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2001년 추가 매각 범행과 관련해서는 현재 수사 중이라 한 달 정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추가 기소 가능성 등을 고려해 내달 21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속행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동아시아가스를 운영하던 정 전 부회장은 322억원을 횡령해 스위스 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다 1998년 해외로 잠적했다.
당시 검찰은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정 씨의 소재를 찾지 못했고,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 직전 정 씨를 기소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지난달 21일 추적 끝에 정 전 부회장을 파나마에서 검거해 국내 송환했다. 그는 대만계 미국인과 결혼해 미국 국적을 얻어 도피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정 전 부회장의 아버지 정태수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1일 에콰도르에서 신부전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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