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싱가포르 경제성장률이 지난 2분기 급격히 악화돼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한층 확산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개방 경제로 세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탄광 속 카나리아’로 간주되는 싱가포르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따른 제조업 부진으로 촉발된 경기침체가 아시아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싱가포르 항구의 컨테이너 크레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무역산업부는 12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으로 전분기비 3.4%(계절조정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2년 3분기에 4.1% 감소한 후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이며, 로이터폴 사전 전망치인 0.1% 성장도 대폭 밑도는 수준이다. 1분기의 3.8% 성장에서도 크게 후퇴한 것이다.
전년 대비로도 0.1% 성장하는 데 그쳐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로이터폴 사전 전망치 1.1%를 크게 밑돌았다.
싱가포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제조업 부진으로, 2분기 싱가포르 제조업 부문 생산은 전년비 3.8% 위축됐다. 특히 지난 2년 간 싱가포르 경제 동력으로 작용했던 전자기기 생산은 5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싱가포르가 특히 아시아 지역과 글로벌 공급망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관세전쟁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GDP의 176%에 달하는 수출은 지난 수개월 간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5월 싱가포르 수출은 2013년 초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무역전쟁 외에도 테크놀로지 부문 성장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싱가포르 경제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코티아뱅크는 싱가포르 수출 품목의 40%는 반도체 관련 제품인데, 글로벌 반도체 하강 국면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뚜렷하게 가시화되고 있다고 관측했다.
로이터 통신은 1년 간 지속돼 온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세가 악화되고 있다며 싱가포르뿐 아니라 1분기에 위축세를 기록한 한국도 경기침체 리스크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는 2개 분기 연속 경제가 위축세를 기록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달 아시아와 유럽의 제조업 경기는 대부분 위축세를 기록했으며 미국도 겨우 확장세를 유지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했지만 세계 경제가 올해 말까지 하강 국면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모간스탠리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 및 3.2%로 20bp(1bp=0.01%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호주-뉴질랜드 은행의 크리스털 탄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미·중 양국이 무역 갈등을 해소하고 전 세계 테크놀로지 경기 사이클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요원한 만큼, 아시아 경제의 하방 리스크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가포르 GDP 발표 후 싱가포르 달러는 미달러당 1.3570달러에서 1.3585달러로 절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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