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제로페이 민간법인화…재원 기부 요구
은행권 "수익성 전혀 없는데…밉보일까 눈치보여"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정부와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민간법인을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출연금을 은행들이 부담하도록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출연금 납부는 은행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지만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은행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로페이 가입 및 이용확산 결의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8.12.20 pangbin@newspim.com |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제로페이 운영법인 설립준비위원회 명의로 시중은행들에게 민간법인 운영을 위한 재원을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해당 공문에는 은행당 출연금 최소 10억원 이상, 출연금은 향후 기부금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제로페이는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만든 간편결제 서비스로 이미 시중은행 자금이 상당 부분 투입됐다. 은행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금융결제원은 제로페이를 구축하며 사용한 금액은 초기 설치 비용 약 40억원, 운영비용으로 연간 35억원을 추산했다.
은행들은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제로페이로 얻는 수수료 이익이 전혀 없는 상황에 자칫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서민금융'에 소홀한다는 지적을 받을 경우 나중에 큰 불이익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수익이 전혀 없는 사업이지만 정부의 요구를 그냥 무시할 수 없어 은행들끼리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 역시 "그간 제로페이의 실적을 보면 전혀 활성화되는 것 같지가 않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마련한 관제페이에 왜 은행이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다음주 중 시중은행 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업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시와 중기부 등 정부는 연초부터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총력적은 펼치고 있지만 실적은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등이 구체적 자료를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올해 초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1월 자료에 따르면 대대적 홍보에도 불구하고 한 달 결제금액이 2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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