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모델 리모델링 시급한데 물리적 시간 부족
엎친데 덥친격, 일부 주주사 이탈 우려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제3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던졌던 키움뱅크가 내우외환에 처했다. 예비인가 준비 과정에서 미흡했던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는데다 일부 주주사들의 이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제3인터넷은행 출현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자료=키움증권]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움뱅크는 오는 3분기 당국의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재추진 여부를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금융위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제3인터넷은행 재인가 신청 일정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완화 등의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당정은 3분기 이내에 신청을 다시 받고 4분기까지 인가를 결정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특히 금융위는 조만간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관계자 등을 불러 심사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해 탈락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예비인가 탈락 이후 시들어진 두 은행의 도전 의지를 북돋아 주려는 의도다.
당국의 적극적인 엄호에도 키움뱅크는 재도전 여부를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예비인가에서 통과를 자신했던 만큼 큰 후폭풍을 겪고 있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출범에 대한 당국의 의지가 강하고 주주 구성도 탄탄해 컨소시엄에 참가한 주주사들 대부분이 통과를 확신했다"며 "뜻밖의 결과를 두고 후폭풍이 상당히 거센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키움뱅크가 야심차게 내세운 '종합 금융플랫폼'이 혁신성을 갖춘 인터넷은행이 아닌 은행업에 본업인 증권을 결합한 모양새로 비춰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때문에 키움뱅크가 인터넷은행 진출을 위해선 가장 핵심적인 '사업모델'을 재구성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담보돼야 한다. 시간에 쫓겨 급조한 사업모델로는 '혁신성'과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심사위원회의 높은 허들을 넘지 못할 수 있다.
핵심 상품으로 내놓은 자영업자 중금리 대출도 심사위원회에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28개 주주사의 고객을 기반으로 신용평가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신용개정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키움뱅크는 제대로 된 답변을 못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키움뱅크 컨소시엄의 일부 주주사들이 앞서 출범한 케이뱅크로 이탈할 조짐마저 포착됐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7일 키움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주주사 몇 곳에 투자 의사 여부를 타진했다.
투자제안서를 받은 한 업체는 현재 참여 여부를 놓고 내부 회의를 진행하는 등 투자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키움뱅크가 3분기 재인가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은산분리 논란까지 겪으며 인터넷은행 출범에 사활을 걸었던 정부의 금융혁신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유력후보인 토스뱅크의 경우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부족한 자본력' 등 키움뱅크보다 훨씬 더 환경이 좋지 않아 금융권에선 재도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네이버·인터파크·신한금융 등 새로운 대어가 등장하면 또 모를까 현재로선 제3인터넷은행 재인가 역시 흥행 참패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며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 상황이 녹록지 않아 당국의 고민도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