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에 美 기업 불매운동 번져..中 애플에 관세 검토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폰 반사이익으로 '안도'
'애플 쇼크' 직격탄 맞은 LG이노텍..실적 개선 '안갯 속'
[서울=뉴스핌] 나은경 김은주 기자 = 미국이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목록에 올리며 압박하자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을 포함한 미국 기업 불매운동에 나설 태세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의문의 1패'를 당할 우려가 커졌다.
애플과 애플을 주 고객사로 둔 LG이노텍,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국내 부품사들이다. 이미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선전 등으로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매년 줄고 있다. 이에 LG이노텍은 올 1분기에 11분기만의 영업적자라는 고초를 겪어야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화웨이 제재 여파로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화웨이의 주력인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는 것. 이에 애플보다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큰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같은 삼성전자 부품계열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 중국, 불매운동·관세폭탄으로 애플 견제
21일 업계 관계자들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소비자들은 미국 제품 불매운동으로 미국 정부의 화웨이 공격에 대항하는 모양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애플 불매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날 오전 웨이보에는 “애플 제품을 사는 것은 비(非)애국이다. 국산 제품을 애용해야 한다”며 애플을 불매하고 중국 기업 제품을 애용하자는 글들이 올라왔다.
21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에서 한 이용자가 중국 국민들에게 애플 불매운동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갈무리] |
중국에서 이 같은 SNS상 불매운동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말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을 때도 중국 내 미국 기업 불매운동이 벌여져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이폰을 타깃으로 한 중국 정부의 관세보복도 관건이다. 지난 13일 중국 상무부는 미국 제품 600억달러(한화 약 71조7000억원)에 대해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애플을 정조준한 보복조치다. 미국계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애플 아이폰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아이폰XS가 160달러(약 19만원) 오르고 이는 오는 2020년 애플의 23% 실적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5년 12.5%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 지금은 7%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인 만큼 애플은 중국 시장을 무시하거나 포기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의 지역별 판매 비중에서 중국이 15.4%로 북미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에서의 아이폰 판매호조가 애플 실적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칠 정도다.
[자료=삼성증권, 블룸버그] |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애플 주가가 3월 분기 실적에 반응해 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아이폰 판매가 예상을 상회했기 때문”이라며 “애플의 불매 운동이나 관세 적용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므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 제재의 연쇄효과로 2019년 아이폰 예상판매량인 1억8000만대 중 약 3000만대에 해당하는 중국 시장 위축이 예상된다”며 “다만 일부는 화웨이와 경쟁하는 유럽에서 만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부품계열사는 ‘안도의 한숨’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반사이익 수혜로 증가하는 판매량과 ‘애플 쇼크’로 감소하는 판매량이 상쇄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의 플렉서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주 공급사다. 전자업계에선 삼성디스플레이 매출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애플과 화웨이가 각각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주춤한 사이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어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크게 나쁘지 않다.
한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삼성향 부품 공급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들은 애플 매출이 주춤하더라도 삼성 스마트폰의 반등으로 이번 상쇄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애플 매출은 PCB쪽에 국한돼 영향이 미미한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얻게 될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 LG이노텍, 미-중 분쟁 ‘불똥’
반면 LG이노텍은 ‘애플 쇼크’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샤프와 함께 신형 아이폰에 탑재되는 카메라모듈의 주요 공급사 중 하나인 LG이노텍은 이미 지난 1분기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 저하로 영업적자 114억원을 기록했다.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광학솔루션사업의 매출은 전분기 대비 60% 줄어들며 사업부문 중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최근 아이폰 불매운동과 관세인상 등 아이폰 판매량을 떨어뜨리는 이슈가 불거지면서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LG이노텍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의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불매운동이 이어지면 매출에 큰 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리서치센터장도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은 50% 이상,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 된다”며 “애플과 화웨이 두 회사와 모두 긴밀하게 연관돼 있어 LG이노텍이 입을 타격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