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내 절대 권력과 어마어마한 인구를 무기로 미국과의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오쩌둥이 4년 간에 걸친 피비린내 나는 한국전쟁에서 인민지원군을 보내 미군과 맞서 싸우게 한 것처럼 시 주석도 인민들을 전면적 무역전쟁 모드로 전환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로이터 뉴스핌] |
FT는 최근 중국중앙(CC)TV에서 1950년대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가 방영되고 있는데, 이는 반미감정을 조장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CCTV 산하 영화전문 채널인 CCTV-6은 ‘영웅의 자녀들’과 ‘상감령’이라는 한국전쟁 영화를 이틀 연속 방영했다.
FT는 마오쩌둥이 한국전에 참전하기로 한 결정과 마찬가지로 시 주석의 이러한 계획도 언뜻 보기에는 무모하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쟁 당시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인민지원군은 기술적으로 우월한 미군에 맞서 싸워야 했던 것처럼, 지금 중국 경제의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미국의 중국 의존도에 비해 훨씬 높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30년 간 고속성장을 지속한 중국 경제의 성장이 드디어 꺾이면서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반면, 미국 경제는 강력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중국 인민지원군이 인해전술로 교착상태에 놓였던 상황의 돌파구를 뚫었듯이 시 주석은 다시 한 번 중국이라는 거대한 사회 전체를 동원해 얼핏 승산 없어 보이는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관료들은 무역전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이 미국에 비해 명백히 유리한 점이 두 가지 있다고 믿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꿈도 꾸지 못할 국가 장악력을 시 주석은 가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 및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반대에 부딪치고 압박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시 주석은 말 한마디로 공산당이 장악한 정부와 의회, 언론, 은행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미국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해 구두개입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지만, 중국 공산당은 국유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국가대표팀’을 동원해 필요할 경우 중국 주식을 얼마든지 사들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중국 국민들의 외세에 대한 반감도 시 주석의 주요 무기다. 서방 열강과 일본에게 괴롭힘과 수치를 당했다는 의식이 강한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 공산당이 통제하는 언론을 통해 반미감정을 확산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무역 요구가 공개됐을 때 중국 국민들은 진심으로 분노를 느꼈다고 FT는 전했다. 싱가포르 소재 난양기술대학의 프레드리히 후 교수는 “중국 국민들에게 미국의 요구는 항복 요구로 들렸을 것”이라며 “19세기 서양 열강과 일본이 청나라에 수치스러운 조약을 들이밀었던 기억을 되살렸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저마다 대중 관세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농업, 월가, 소매업체들, 소비자들의 불만과 자유 언론의 뭇매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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