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남준 논설실장 = 집권 2주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국회는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법’ 통과를 둘러싸고 여야간 극렬한 대치 끝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2년 내내 적폐청산을 밀어 붙이면서 취임 초 선언한 ‘협치’는 찾아볼 수 없다. 사사건건 극한 정쟁과 대립,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 본연의 입법 기능이 마비됐다. 인사정책도 편파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집권 2년 문 부정평가 긍정평가 앞서…‘소통’, ‘협치’ ,‘일자리’는 어디로
사상 초유의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지지율이 84.1%에 이르렀다. 김영상 대통령의 취임초 90% 대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취임 2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부정 평가(48.6%)가 긍정평가(47.3%)를 앞서는 데드크로스현상이 나타났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朴·MB 정부 보다 높은 지지율이다. 그러나 촛불혁명과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얻은 높은 점수를 경제실정과 일방적 국정운영 등으로 까먹는 형국이다. 초반을 워낙 높게 시작했기 때문에 40% 가까이 지지율을 까먹어도 지난해 말 이후 40%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등에 대한 기대감과 경제실정에 대한 불신감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는 형국이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습니다.”
2년전 문대통령 취임사의 주요 공약이다. 2년이 지난 지금 ‘소통’, ‘협치,’일자리‘는 문 정부에게 너무 생소한 단어가 됐다.
◆ 잇딴 경제실정, 엄중한 ‘경제위기’… 성역화된 ‘소주성’, ‘탈원전’
경제성적표는 더 처참하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16년 만에 역성장했다. 수출은 5개월째 줄고 있고 설비투자는 -10.8%로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건만 ‘재난’ 수준의 실업 대란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우리경제의 ‘허리’인 30~40대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9조원을 살포해 노인과 청년에게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 고용지표를 끌어 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별무 성과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소득양극화와 자영업자의 붕괴가 심화되고 있다.
‘민생’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민폐’가 되고 있다.
한 경제매체가 경제학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90%를 넘었다. 비현실적이고 실험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하고 새로운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탈원전’, ‘친재생에너지’로 요약되는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의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국내 전문가 100명 중 `전면 재검토`가 51%, 수정이 필요하다 24%,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가 20%를 차지했다. 사실상 전문가 95%가 탈원전 정책의 폐기나 수정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소주성’과 ‘탈원전’ 궤도 수정 움직임은 찾아 볼 수 없다. 실물경제는 쪼그라들고 금융경색은 심화되고 질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소득양극화는 심화되고 기업투자심리는 얼어붙었는데 정부는 마이동풍격이다. 한전등 에너지 공기업은 흑자가 적자로 반전되고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게 전망된다.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경제가 ‘위기’이거나 ‘위기 직전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한국 경제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할 처지다.
◆ 경제 현실에 대한 일방적 변명…경제 실패땐 어떤 성공도 없다
문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KBS 대담에서 "OECD 국가 중 한국은 상당한 고성장 국가이고, 이례적으로 경기가 좋은 미국 다음으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에 대해 “하반기에는 잠재 성장률인 2% 중후반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청년들의 실업률도 아주 낮아졌다“고 했다. "노동과 고용의 질은 좋아진 것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문 대통령은 "구조적 문제도 많이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도 있다고 얘기된다"고 말했다.
서민과 기업들은 각종 경제지표가 극도로 악화되는 현실에서 아우성인데 문 대통령의 ‘경제’는 너무 밝고 튼튼하다. 한국갤럽의여론조사에서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23%에 그쳤다.
앞으로 3년간 국정 성과를 거두려면 소통과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솔직하게 ‘경제실정’을 인정하고 민생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소주성’, ‘탈원전’ 등 실험적이고 이상적인 설익은 정책을 과감히 버리고 기업과 국민들이 신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또 규제완화와 노동개혁을 과감히 추진하고 그리고 북한 비핵화를 차분하고 과감하게 유도해야 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임기 3년차는 재임중 성과를 낼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불린다. 3년이 지나면 단임제에 내재한 ‘레임덕(권력누수)’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이 약화된다.
지난 2년의 국정을 겸허히 되돌아 봐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정 좌표를 바로 잡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지 않으면 4차산업혁명과 한반도 새질서 형성 국면에서 우리의 앞날은 결코 밝을 수 없다. 시간이 없다. 더 이상 실험이 지속되선 안된다.
wnj7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