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환율 변동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 적어"
해외생산 늘고, 환헤지 등으로 리스크 최소화
[서울=뉴스핌] 백진엽 심지혜 기자 = 원·달러 환율이 2년4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하며 1200원선까지 위협,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어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환율 변동이 미중 무역전쟁 등 외생변수에 의한 것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악재라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다만 기업들은 예전에 비해 환율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고 전한다. 환헤지 등을 통해 환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는 데다, 해외 생산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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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승은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게 호재다. 수출 제품의 가격이 하락해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한국의 수출제품들이 가격보다는 품질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우리 수출기업들은 가격이 아닌 품질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 수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 시장 상황이 나쁘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은 더 제한적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반도체 시황은 가격이 싸고 비싸고의 문제가 아니라 수요 자체가 뚝 떨어진 것"이라며 "환율 변동으로 가격이 좀 변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을 누리던 2017년 11월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당시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의 호황을 누리는 상황에서 환율은 급락세를 보였다. 당시에도 환율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수요가 넘쳐나 큰 영향이 없었다.
◆원재료 수입 많은 철강·정유업, 수출 비중도 높아
수출 기업과 반대로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곳은 이론상으로는 환율 상승이 악재다. 예컨대 1100원일 때 1만달러 어치의 원재료를 수입하면 원가가 1100만원이지만,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면 원가 역시 1200만원으로 늘기 때문이다. 이는 영업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업종이 철강과 정유업계다. 두 업종 모두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이들 업종 역시 최근 수출 비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단순히 '환율 상승=악재'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에게는 환율이 양날의 칼과 같다"며 "원유수입이 많은 기업이라 원화약세가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최근 수출 비중이 70~75%에 육박하면서 수출비중이 압도적이다 보니 원화약세는 수출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일 좋은 것은 환율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너무 급변하면 환율과 가격 사이 괴리가 발생해 경영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많은 기업들이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헤지 등을 해놓았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은 더 제한적이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갑자기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과거에는 환율에 웃고 울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은 수준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문 수석연구원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환변동보험 등을 들어서 환율 변동 영향 최소화했다"며 "또 수출 산업의 고도화도 환율의 영향을 줄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