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수사 ‘속도’
7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공장 압수수색
바닥 뜯어 컴퓨터 서버·노트북 등 은닉자료 확보
삼성바이오 보안서버책임자 A씨 구속영장도 청구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진상규명 이어질 전망
증거인멸 배경에 수사 초점…임직원 추가조사 불가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직원들의 증거인멸 정황을 속속 확인하는 등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진상규명의 ‘연결고리’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이 삼성바이오 인천 송도 공장을 긴급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바닥을 뜯어 컴퓨터 서버와 노트북 등 은닉자료를 확보한 대목은 '내부 고발자'나 '검찰 조력자'가 아니면 '바닥 은닉' 여부를 쉽게 알수 없다는 추정이 가능해 향후 수사 방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8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최근 삼성바이오를 둘러싼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을 잇따라 파악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찰청 본관. 2019.01.22 mironj19@newspim.com |
검찰은 전날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 공장을 압수수색하면서 공장 바닥에 은닉된 증거들을 확보했다. 수사 과정에서 공장 바닥에 증거가 묻혀 있다는 진술을 확보, 검사와 수사관들을 공장으로 보내 은닉 장소로 지목된 위치의 바닥을 뜯고 컴퓨터 서버와 노트북 등을 발견한 것이다.
지난 3일에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팀장급 직원을 긴급체포하고 그가 보관하던 에피스 재경팀 컴퓨터 서버도 확보했다. 검찰은 일단 그를 조사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삼성바이오 직원에 대한 첫 신병확보 시도도 이뤄졌다. 검찰은 전날 삼성바이오 보안서버관리책임자 안모 씨를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씨는 8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특히 검찰은 이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2명이 증거인멸과 증거인멸교사,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관한법률(외감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삼성바이오 직원까지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파악하면서 윗선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최근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후신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소속 임원 B씨와 삼성바이오 임원 C씨를 소환조사하는 등 회사 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의혹을 진상규명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이미 수사 초기 삼성바이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당시 확보한 컴퓨터 서버 등에서는 이미 과거 자료가 삭제돼 관련 자료들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회사 측의 증거인멸 정황을 의심하고 추가적인 수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삼성의 이같은 조직적 증거인멸이 이뤄진 배경에 향후 수사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 서버를 공장 바닥이나 차에 숨기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삼성 그룹 차원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고의로 숨겼다고 의심할 수 있는데, 이같은 증거인멸이 왜 이뤄졌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 향방을 결정하는 방향키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사실상 분식회계 의혹을 숨기면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검찰은 에피스와 삼성바이오, 삼성 옛 미전실로 이어지는 지시체계에서 분식회계 의혹을 감추기 위한 목적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그룹 승계와 연관이 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실제 조직적인 증거인멸 지시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증거인멸을 시도한 실무 직원들 외에 이를 지시한 삼성바이오와 에피스, 나아가 삼성그룹 임원 등에 대한 추가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한 사실을 고의로 숨겨오다 회사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목적으로 삼성바이오 상장을 앞둔 2015년 무렵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하는 등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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