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바이오 강자 대거 상장 예고…실권주 부담 우려↑
KB증권·대신·삼성, 지난해 특례상장 바이오 주관 전무
작년 최다 기술특례상장…보유 딜 소진으로 경쟁 ‘치열’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올해 특례상장을 추진 중인 바이오 기업들이 공동주관사를 선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공모 사이즈가 큰 대어가 몰려오면서 단독 주관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권주 발생 시 증권사는 전량 인수 부담이 있고, 발행사는 상장 전부터 투자자 미달이라는 굴욕을 맛보게 된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술특례상장 및 성장성특례상장을 통한 코스닥 입성 계획을 밝힌 바이오벤처사들이 상장 주관사를 '단독'이 아닌 '공동'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사 바이젠셀이 KB증권과 대신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한 것을 비롯해 올리패스(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보로노이(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피에이치(PH)파마(한국투자증권, KB증권), 브릿지바이오(KB증권, 대신증권) 그리고 아벨리노랩(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모두 IPO를 공동주관사 형태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종목 16개 중 공동주관사를 선정한 곳이 파멥신(KB증권, 삼성증권) 1곳 뿐인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IPO를 앞둔 바이오 벤처사들의 공모 사이즈가 커지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시가총액과 공모금액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인 경우 실권주 부담이 크다. 바이오 특례상장 IPO 경험이 많은 증권사가 아니면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올리패스, 보로노이, 바이젠셀 등 올해와 내년 IPO를 예고한 곳 대부분 비상장 바이오사 중 대어로 꼽힌다”고 분석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PO 수수료가 워낙 크기 때문에 계약 성사를 위해 증권사는 5~10년씩 공을 들인다. 특히 바이오기업의 공모물량은 큰 편에 속한다”며 “그러나 기술특례상장은 시장성의견서 작성 및 제출 등 주관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업체 입장에서는 예전부터 관계 있던 주관사뿐만 아니라 특례상장 경험이 많은 증권사와도 하길 원하다 보니 공동주관사가 늘어난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기업 중 공모금액(600만주, 900억원) 1위를 차지한 에이비엘바이오는 실권주가 대량 발생했다. IPO 강자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주관했지만, 결국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실권주 68만주를 102억원에 전량 인수하는 쓴맛을 봤다.
올해 공동주관사 리스트에 오른 KB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은 지난해 단독으로 주관한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종목이 없다. 미래에셋대우는 전진바이오팜 한 곳의 상장주관을 했으나, 공모금액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요 딜이 소진되면서, 공동주관사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펀드매니저는 “한투, NH, 미래에셋은 IPO 시장에서 대표적인 강자이고 경쟁사이기 때문에 공동주관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하지만 최다 기술특례상장을 기록한 지난해 주관사들의 파이프라인들 대부분 상장했고, 남은 딜이 얼마 없으니 치열한 경쟁 속에 공동주관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총 65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특히 지난해 20개 기업이 기술특례상장 수혜를 봤다. 이는 전체 중 30%에 해당되는 역대 최고 수준이며, 7개였던 전년 대비 3배나 늘어난 수치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주관사는 당연히 수수료를 나누는 것보다는 단독으로 하고 싶어 한다. 다만 최근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가 워낙 없다 보니 단독 주관을 고집하지 않는다”면서 “공개적으로 주관사 입찰이 진행되고, 발생사(상장 업체)가 공동주관을 요청하면 대부분 수용하는 추세다”고 귀띔했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