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핌] 이영기 국제부장 =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3월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 건수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2만1000건 많은 19만6000건을 기록했다. 비록 3만3000건으로 수정됐지만 지난 2월은 2만건으로 발표돼 시장을 긴장시켰던 지표다.
최근 3개월간 월평균 신규고용 건수가 18만건으로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지난해의 23만3000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월의 충격에서는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일부 나오지만 시장은 별로 반응이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에서 미 국채 '수익률곡선'은 오히려 더 평평해졌다. 고용 수치와 동반돼야 할 임금 인상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3월 시간당 임금은 전월보다 4센트(0.14%) 증가한 27.70달러로, 증가폭이 예상(0.3%)보다 작았다. 2월 기록은 0.4% 증가였다.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부진이 여전하다는 우려에 근거를 주는 수치다.
이에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3월 고용지표가 나온 직후 2.544%로 올라섰다가 상승분을 몽땅 반납하고 오히려 전일보다 0.009bp 낮은 2.5007%로 내려앉았다. 10년물과 2년물 금리차는 2주 만에 최저 수준인 12.7bp로 좁혀졌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최근 금리선물은 연준이 올해 25bp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70%로 반영해 거래되고 있다.
재니몽고메리스콧의 가이 르바스 수석 채권전략가는 "고용지표의 헤드라인은 좋았지만 세부 내용은 좋지 않았다"며 "이것이 시장 예상의 기본 전제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면, 이미 다음 경기침체기에 대한 초읽기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 3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3개월물 수익률을 밑돌면서 수익률곡선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물론 수익률곡선 그 자체의 경기 예측력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일부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은 수익률곡선을 왜곡하는 시장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소 낙관적인 시각을 보인다.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인 모하마드 엘 에리안은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며 "수익률곡선의 신호는 예전 같지 않다"고 우려의 시선을 거둬들인다.
반면 과거 뉴욕연준 총재와 재무부 장관을 지내고 글로벌 투자회사 블랙록의 수석 고문을 지냈던 피터 피셔 다트머스대학 터크경영대학원 교수는 수익률곡선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피셔 교수는 연준과 시장이 경기 위험 요인들에 대해서 무사안일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수익률곡선은 그 자체로는 정확히 반복되지 않지만 리듬이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 연준 모형이 예측한 ‘미국이 1년 안에 침체를 겪을 가능성’은 29%로 2007년 초 이후 가장 높다.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이 확률은 과거 발생했던 7차례 경기 침체의 1년 앞서 측정된 침체 가능성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수익률곡선 역전 현상과 실제 경기 침체 사이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다. 평균적으로 5분기라고 하니 1년은 더 걸리는 셈이다. 그렇지만 지난 1957년의 경우 1분기가 채 걸리지 않았다. 언제 닥칠지 모른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그렇다면 과연 이 문제가 미국 경제에 국한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전 세계 주요국 경제가 동반 둔화세에 접어들었으며 올해 이러한 추세가 바뀌기도 어렵다는 전망이 이미 나와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경제 회복 추적 지수(TIGER, Tracking Indices for the Global Economic Recovery)’를 통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남긴 상흔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기준 타이거 종합지수(composite index)는 1.8785로 전월(3.3855)에 비해 2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선진국 지수는 4.7144에서 3.2331로, 신흥국 지수는 1.3141에서 -0.4574로 추락했다. 이 같은 수치는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당시 종합지수는 -2.3665, 선진국 지수는 0.1500, 신흥국 지수는 -6.1361이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 회복을 추적하는 이 지수는 지난해 말 급락,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가장 나빴던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선진국 경기기대지수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고점에서 하락한 수준이고, 신흥국의 경우 중국의 고속 성장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공포에 경기기대감이 평균치를 밑돌고 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교수는 특히 유럽의 성장 지표들이 실망스럽다며, 전 세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막대한 공공부채를 떠안고 있는 데다 수년간 양적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으로 정책금리가 이미 제로 수준인 선진국들은 추가 경기 부양 여력마저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도 무역 긴장에 따른 리스크가 경제 전망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7%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이 어디 전망대로 움직이던가. 그 점이 오히려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경각심을 높이는 쪽으로 시각을 바짝 좁혔다. 과거 10년간 늘어난 유동성이 되돌림 없이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좇아 몸부림치는 지금 실물경제의 부진은 특히 더 이상 정책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어떤 위기로 치달을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소용돌이를 마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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