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통일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野, 막말·부동산·대북관 질타
與, 철벽방어…"적격 후보자"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6일 국회에서 진행됐다. 그간 막말, 대북관, 부동산 차명거래 및 다운계약서 작성 등 여러 의혹이 있었던 만큼 이날 청문회에서도 논란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대부분 인정하며 "사과드린다", "반성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야당의 공격이 다소 힘을 잃는 모양새였다. 여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해주는 방어전에 나섰다.
결국 자유한국당 외교통일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청문회 도중 별도로 기자회견을 갖고 "자진 사퇴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과거 막말 대상자와 대면한 김연철 후보자…거듭 '사과'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3.26 yooksa@newspim.com |
김 후보자가 이날 가장 곤혹을 치른 부분은 과거 막말 논란이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5년 교수 시절 천안함 폭침 5년을 맞아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대를 방문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군복입고 쇼나 한다'고 했고, 당 외연확장을 강조한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에게는 '감염된 좀비'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은바 있다.
이날 김 후보자는 자신이 막말을 했던 대상자들과 직접 대면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유독 이날 김 후보자는 사과와 반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과거 후보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SNS상에서 관심을 끌어야 하는 습관이 있다. 정신상태가 노말(normal)해 보이진 않는다"고까지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과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 깊이 반성한다, 앞으로 언행에 좀 더 신중하겠다"고 거듭 머리를 숙였다. 오전 내내 사과를 했지만 오후에도 관련된 지적은 다시 나왔고, 결국 추미애 의원이 김 후보자에게 일어나서 제대로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김 후보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숙였다.
후보자의 '말바꾸기'도 논란이 됐다. 김 후보자는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연평도 사건은 우발적 사건이라고 언급했었다. 또 금강산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박왕자씨 사건에 대해서도 '통과의례'라고 언급하고, 남한의 북방한계선(NLL) 고수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질문하자 그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던 것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지칭이라기보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관계 상황에 대한 취지"라면서 "제 입장은 일관되게 천안함이 북한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정부 입장 그대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NLL과 금강산 문제는 발언 취지가 잘못 알려진 측면도 있는데, NLL은 제가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지만 북방한계선을 지키면서도 서해 평화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며 "금강산 사건은 초기부터 사과와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다운계약서 작성 '인정'…차명거래 의혹엔 "처제가 부탁한 것"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9.03.26 yooksa@newspim.com |
이날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막말논란뿐 아니라 부동산 관련 의혹이 다수 제기됐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총 13번에 걸쳐 부동산을 매매했는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도입된 2006년 이전 계약은 모두 다운계약으로 의심된다"며 "2006년 전 부동산 매매 8건 모두 다운계약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네"라고 답하며 "2006년 이전에는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장기 체류중인 처제의 이름으로 김해와 논산에 있는 주택을 차명거래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처제가 부탁을 해 구두위임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정진석 의원은 김 후보자의 처제가 미국에 있을 당시 김 후보자 아내가 처제 명의로 논산 주공아파트 매매 계약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처제 명의의 김해 다세대 주택에 김 후보자가 한때 거주했는데 월세를 내지 않고 거주했던 점을 들어 처제로부터 무상증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김 후보자는 "제가 관리 업무를 해줘서 월세를 안 주는 것으로 했다"면서 "가족이라 특별히 계약은 안했다"고 답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를 둘러싼 부동산 의혹에 대해 적극 방어에 나섰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실거래 신고가 법제화된 2006년 이전에는 부동산에서 알아서 다운계약을 써줬었다. 혹시 2006년 이후에도 다운계약서를 쓴 적이 있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그런적 없다"고 해명했다.
또 윤후덕 민주당 의원 역시 "그 당시에는 다운계약서가 상식적인 계약서"였다며 감쌌고, 막말 논란과 관련해서도 윤 의원은 "후보자 막말보다 더 심한 막말로 야당 의원들이 비판을 하고 있는데도 점잖게 평정심을 유지한다"며 "장관 후보로서 적격하다"고 옹호했다.
◆9시간 청문회에도 야당 외통위원들 "자진사퇴"촉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유철·정진석·강석호·김재경·유기준·정양석·김무성 의원. 2019.03.26 kimsh@newspim.com |
김 후보자의 거듭된 사과와 여당 의원들의 방어전에도 야당 의원들은 결국 김 후보자를 향해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9시간 가량 청문회가 진행된 뒤 잠시 정회된 상황에서 한국당 국회 외통위원들은 기자회견장에 내려와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재경 한국당 외통위 간사는 "김 후보자는 학자로서의 소신마저 뒤집는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고, 막말과 문제 발언들에 대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정부와 입장이 같다고 손바닥 뒤집듯 소신을 뒤집고 있다"면서 "청문회에서 한 답변을 또 언제 뒤집을지 국민들은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후보자 처제 명의의 차명거래 의혹이 강한 김해시 소재 다세대 주택과 관련해 월세관리와 매도 대금이 입금된 통장을 제출하면서 뭉칫돈이 빠지는 부분은 가려서 제출하고, 증인신청을 완강히 거부해 청문회를 무력화시켰다"면서 "시간적, 물리적으로 청문회 기한 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는 어렵고 결국 부동산 실정법 위반, 위증 등으로 고발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한국당은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대한민국의 통일정책을 수립, 시행할 자격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청와대가 장관 지명을 철회하던지 김연철 장관 스스로 자진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