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동묘역 반려동물 판매점 밀집...실외서 동물 판매
판매상인들 "홍보가 우선...미세먼지 영향 없을 것"
전문가 “미세먼지로 인한 반려동물 호흡기 질환 우려”
"반려동물 판매업자 동물보호 인식 미흡...교육은 형식적"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사람들한테도 안 좋은데 동물들이라고 괜찮을 리 있겠어요."
최악의 미세먼지가 채 씻기지 않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지하철 동묘역에서 청계천을 따라 이어진 120m 정도 거리에는 반려동물 판매점들이 밀집해 있다. 판매점이 취급하는 반려동물은 앵무새와 토끼, 고슴도치, 거북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거리에서 앵무새를 바라보던 한기민(26)씨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실제 건강은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7일 서울 지하철 동묘역 인근 반려동물 판매점들은 앵무새와 토끼, 햄스터 등 동물을 우리에 가둔 채 실외에서 판매하고 있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03.07. sun90@newspim.com. |
최근 한반도를 덮친 미세먼지로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일주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날 오후 '보통' 수준을 회복했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많았다. 반면 이곳 반려동물은 촘촘한 쇠창살로 된 우리에 갇힌 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서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실제 반려동물 판매하는 상인 대부분은 미세먼지 농도와 상관없이 동물들을 밖에 내놓고 영업한다. 한 마리라도 더 팔기위해서다.
앵무새와 토끼 등을 판매하는 A씨는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동물들을 거리에 내놓고 있다"며 "그래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노출이 동물들에게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앵무새는 보통 태어난 지 3개월 정도 된 새들"이라며 "새끼들이라서 크게 상관없는 것으로 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2개월 된 잉꼬 등을 판매하는 B씨는 "키우는데 특별히 조심할 것은 없고, 물이랑 먹이만 잘 주면 된다"며 "미세먼지가 심해도 밖에서 키우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하철 동묘역 인근 반려동물 판매점이 취급하는 동물은 앵무새와 토끼, 고슴도치, 거북이 등 종류가 다양하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03.07. sun90@newspim.com |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 사이에서는 염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화곡동에서 이곳을 방문한 박정엽(61)씨는 "(동물들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거리를 지나는 수많은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며 "좁은 곳에 여럿이 갇혀 있는 모습을 보니 불쌍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미세먼지가 반려동물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수 고려종합동물병원 원장은 "미세먼지 문제로 반려동물 호흡기 질환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며 "반려동물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어린 개체가 많기 때문에 미세먼지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동물권보호 카라 김현지 정책팀장은 "동물권 인식은 사회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판매자의 이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동물판매업 등록업자에 대한 동물보호교육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식 개선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