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의 크라우드펀딩 TMI'는 새시대 새로운 직접 금융 형태의 크라우드펀딩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설명하는 칼럼입니다.
"비상장주식의 유통시장(Secondary Market) 활성화가 절실하다"
작년 8월 서울 이태원에 직영 바를 오픈한 브루독(BREWDOG)은 2007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 비상장 크래프트 맥주회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2018년 상반기 매출액만 1150억원이며 현재 기업가치는 2조원이 넘는 수준이다. 동갑내기 25세 두 친구 (Martin Dickie & James Watt)와 개 1마리가 함께 시작한 이 회사는 창업 주주 둘이서 손수 병맥주를 밀봉하며 동네 농산물 시장을 돌며 자신들의 밴 트렁크에서 맥주를 팔던 아주 작은 회사였다.
2008년 영국의 유명 슈퍼마켓 그룹인 TESCO가 주최한 맥주대회에서 1등부터 4등까지를 휩쓸며 500여개 슈퍼마켓 매장에 Punk IPA를 입점시키며 대형 사고를 친다. 2009년에는 ‘펑크들을 위한 주식(equity for punks)’ 이름으로 첫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약 1327명의 새로운 주주를 모집하며 2010년 고향인 Aberdeen에 첫 수제맥주 바를 열었고 2018년까지 총 5번의 크라우드펀딩으로 약 9만6000여명의 주식펑크 (Equity Punk) 주주들과 함께한다.
10년만인 2017년 종업원수는 2명에서 1000명으로 늘었고 1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7년 4월 사모펀드인 TSG Consumer Partners는 브루독의 가치를 10억파운드로 인정하며 22%의 지분을 취득했다. 2009년 투자한 첫 주식펑크들은 약 2765%, 2016년에 4차 주식펑크들은 177%의 수익이 났다고 한다.
이 엄청난 수익의 원천은 브루독의 7만여명의 광팬들이자 주식펑크로 불리는 주주들이다. 이들은 브루독의 최고 홍보대사이자 영업사원들일 뿐 아니라 최대 소비자들이다. 하지만, 이 주주들의 이익실현은 제한적이었다. 당시 매각 가능한 주식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15% (또는 1인당 최대 40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공동 창업자인 제임스 와트에 의하면, 이르면 2020년 기업상장을 위해 세계 유명 투자은행들과 논의 중이라니 Equity Punk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2017년 8월 제주맥주는 보통주 주식형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다. 주식의 청약배정순서가 선착순배정이었기에 공모 당일 아침부터 많은 투자자들이 모집시작과 동시에 온라인으로 투자를 집행했다.
[사진=제주맥주] |
제주맥주의 인기를 반영하듯 당시 크라우드펀딩 최고 발행 한도액인 7억원이 11시간만에 450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모집됐다. 수제맥주를 좋아하고 우리나라의 가장 우량한 수제 크래프트맥주 회사 중 하나인 제주맥주에 대한 관심 있는 투자자들이 모였다. 또한 크라우드펀딩 투자 시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소액 주주들을 위한 연간파티개최, 연1회 동반자 1인 포함한 제주도 양조장 방문 티켓, 신제품 출시 시 우선 시음권 등의 다양한 혜택도 매력적이었다.
그 중 투자의 가장 큰 이유는 영국의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브루독(BREWDOG)의 사례처럼 투자자로서 향후 제주맥주의 주식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브루독의 주주들처럼 450명이 넘는 국내 제주맥주 소액 주주들도 열성적이다. 회사 관련 기사들에 관심을 가지며 개인 SNS를 통해 홍보하고 행사 또는 회식에 주저 없이 제주맥주를 찾는다. 소액 투자자이지만 내 회사처럼 생각한다.
지난 2월 28일 제주맥주의 소액주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019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제주맥주가 크래프트 맥주 에일부분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투자자로서 ‘언제쯤 나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든다.
2016년 1월 25일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그 동안 506건의 펀딩을 성공했으며 821억원 모집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경험해 본 투자자가 4만2000명을 넘었다. 아직까지는 브루독 한 회사 주주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이다.
역사가 다른 두 시장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에서 제도를 처음 도입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필요 이상의 규제가 시장 성장 속도를 제어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3년을 지나며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기존 발행대상 기업을 창업 후 7년미만 기업에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발행한도를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투자자 투자금액 제한도 늘려주는 등 많은 정책적 뒷바침을 해 주고 있다.
이처럼 창업생태계를 위한 비상장주식 발행시장(Primary Market)은 어느 정도 틀을 갖추며 계속 향상돼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비상장주식 유통시장(Secondary Market)은 너무 미비하다. 민간모험자본의 발행시장을 통한 진입은 점차 늘고 있지만, 이 자금 회수를 위한 유통시장의 역할이 너무 부족하다.
이는 더 많은 민간모험자본의 진입을 제한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KONEX시장 활성화 정책, 중소기업금융 전문 투자중개회사 도입, BDC 제도 등 다양한 자본시장 개선 방안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야 말로 인순고식 구차미봉(因循姑息 苟且彌縫, 낡은 습관을 따르며 당장의 편안함만 취하는 태도, 대충 해치우고 임시변통으로 메우는 수법)이 아닌 제대로 기능하는 자본시장을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 및 추진력을 기대해 본다.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 kiseok.kim@ycrowdy.com
△위스콘신대학교 경영학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MBA △한국JP모간 이머징마켓 세일즈 트레이딩 리서치 레이츠 트레이딩 이사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은행 대표 △ANZ은행 서울지점 대표 △크라우디 대표(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