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가치 개선 '긍정적 효과'
주요 기업 배당성향 평균 밑돌아..'갈길 멀다' 지적도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국민연금이 올해 첫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적용하면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5%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 배당을 늘리라고 압박을 가해서다.
11일 국민연금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297곳이다. 이 가운데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49개사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해 정관변경을 내용으로 한 주주제안을 접수한데 이어 지난 7일 남양유업에 대해서도 배당정책 관련 주주제안을 하기로 하는 등 주주 가치 개선 움직임에 본격 나섰다.
우선 남양유업의 2017년 배당수익률(주가/배당금)은 0.14%로 매우 낮다는 평가가 다수다. 국민연금은 3년째 남양유업의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의결, 이사와 감사위원 선임 등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현안들이 개선되지 않자 배당정책 관련 주주제안을 최종 결정했다.
다만 남양유업은 공식입장을 내고 배당 확대를 거부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배당을 확대하면 배당금의 절반 이상을 최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이 가져가게 된다. 현재 남양유업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53.8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해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그동안 낮은 배당 정책을 유지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활동 가이드라인 [자료=국민연금] |
국민연금의 공개적인 압박에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현대그린푸드는 배당금을 대폭 늘려 선제 대응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8일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배당을 공시했다. 2018년 결산 배당으로 주당 210원(시가 배당률 1.45%), 총 183억3445만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반면 직전연도에는 주당 80원(시가 배당률 0.53%), 총 69억8455만원을 배당해 큰 차이를 나타냈다.
금투업계에선 주주 가치 개선의 일환으로 긍정적 효과라고 평가했다. 다수 기업이 국민연금의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배당을 늘리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2015년부터 1주당 배당금을 400원으로 3년째 동결했던 LG전자는 이번에 750원으로 배당금을 늘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1% 감소했지만 총 배당액은 729억원에서 1360억원으로 86.5% 늘어났다. 이외에도 SK하이닉스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도 배당 규모를 확대했다.
하지만 배당 성향이 여전히 시장 평균치에 미치지 못해 갈 길이 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 평균치인 17.5%(2017년 기준)는 미국(35.5%), 중국(31.4%), 일본(29.8%) 등과 비교해도 낮다. 심지어 호주(66.7%)와 영국(56.9%), 이탈리아(53.9%) 등은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 배당으로 내놓고 있어 더욱 비교된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내 기업들의 투자위주 성장이 진행되던 시절은 끝났지만 배당성향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낮은 배당성향에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행사하려는 국민연금의 입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