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영국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한 가운데 정치권과 재계에서 2차 국민투표 시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른바 플랜B를 마련, 오는 29일 표결을 추진중이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
영국의 극심한 정국 혼란에 EU는 반색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회원국들에게 EU 탈퇴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시킨 한편 유럽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다.
영국 하원의 15일(현지시간) 저녁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앞두고 런던 의회 의사당 앞에 모인 브렉시트 찬반 시위대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7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웨일스민족당, 녹색당, 자유민주당 등 영국 야당이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시행을 주장하는 한편 제1 야당인 노동당에 합류해 줄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야당 지도부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에게 브렉시트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한 ‘국민의 투표’ 즉, 2차 국민투표 시행 방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동당은 전날 불신임 투표 부결 후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촉구하는 메이 총리에게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가 배제될 경우에만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SNP 역시 메이 총리에게 노 딜 브렉시트 방안을 전면 배제하는 한편 2차 국민투표 시행을 검토할 것을 종용했다.
영국 재계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유통업과 통신, 미디어 등 각계 기업인들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30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보낸 서신에서 “기업들이 부족한 점이 많은 테레사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지지했지만 이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라며 “2차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국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렉시트 시한 2개월을 앞둔 29일 표결을 추진 중인 메이 총리는 플랜B를 제시할 예정이지만 노동당에 노 딜 브렉시트의 배제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EU가 영국 정치권의 표류에 반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럽 경제에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지만 나머지 회원국들이 정치적 일탈에 따른 참담한 결과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 것은 긍정적인 소득이라는 반응이다.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현실화됐을 때 EU 지도부는 회원국의 추가 탈퇴와 유럽 대륙의 분열이 초래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탈리아의 국제관계연구소(IIR) 나탈리 투치 이사는 NYT와 인터뷰에서 “EU는 이번 브렉시트 정국 혼란을 통해 재앙적 성공(Catastrophic success)을 거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대륙이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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