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김영철 방미 관련 '함구'로 일관
비건 대북대표 워싱턴 비운 사이 회담 '타이밍'도 불안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련 소식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방미 일정에 관한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는 동안 양국 간 협상의 균형추가 북한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조시 로긴 WP 칼럼니스트는 김영철 방미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에 연락을 취했더니 국무부에 문의하라고 했으며, 국무부 대변인은 “공식 발표해 줄 어떠한 회동 스케줄도 없다”고 답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김영철과의 회동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오른쪽)이 평양 순안공항 도착했을 당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중동 순방에 나섰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쿠웨이트 방문 일정을 갑작스레 취소한 뒤 계획보다 빨리 워싱턴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국무부는 그가 가족 장례식 참석차 일정을 당긴 것뿐이라며 역시 북한과의 회동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성급한 일정 공개로 회담에 재를 뿌릴까 불안해하는 것일 수는 있으나, 김영철의 방미 소식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닌데 지금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다 보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확실성만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대북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자들에게 어떠한 예고도 없이 거듭 양보만 덜컥 제시하고 있는데, 최근 한국이 주한미군에 충분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약속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로긴 칼럼니스트는 주장했다.
소식통들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이 사전 준비작업 상황에 달려있는데, 미국이 비핵화의 보상으로 김 위원장에게 경제 혁명을 위한 빅딜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7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의를 갖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라 이 자리에서 일종의 양보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내 대북 강경파와 회의론자들은 그러한 시나리오가 공상에 불과하다면서, 김 위원장은 미 외교관들을 혼란에 빠뜨린 채 실질적인 비핵화는 하지 않고 시간을 벌어 제재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로긴은 이러한 대북 강경파들의 주장이 맞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김 위원장의 덫에 걸려들고 있는 것이라면서, 일각에서는 비건 대표가 워싱턴을 비운 시점에 김영철이 미국을 찾는 것이 협상의 균형추를 북한 쪽으로 기울게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협상 디테일에 주목하는 비건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불리한 합의를 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북한(더불어 한국과 중국)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도록 잘 보좌해야 하는데 지금의 트럼프식 관료 시스템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영철과 트럼프의 회동이 끝나고 나면 바라건대 트럼프 행정부가 언론에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주길 바라며, 지금 같은 롤러코스터식, 리얼리티TV 스타일의 트럼프 외교가 어찌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지를 상세히 설명해 달라고 당부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