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이례적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대신해 스파이 활동을 한다는 서방국들의 의심을 정면 반박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런 회장은 중국 광둥성 선전시 화웨이 본사에서 두 시간 넘게 외신기자단과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간담회를 하며 다양한 사안에 대해 발언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 [사진=블룸버그 통신] |
런 회장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적이 절대 없으며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내 나라를 사랑하고 공산당을 지지하지만, 내 고객들과 내 회사의 이익에, 또한 전 세계에 해를 가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개인적인 정치적 믿음과 화웨이의 비즈니스 사이에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객들의 민감한 정보를 정부가 요구한다면 거절할 것이라며, 미국 및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력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된 국제 기술 표준을 만드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화웨이의 사업을 더욱 잘 설명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긴밀한 접촉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멍 부회장의 체포에 대해 딸이 보고 싶지만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멍 부회장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지난달 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후 현재 캐나다 자택 연금 중이다.
런 회장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대한 대통령’이라며 “그가 자신의 딸을 위해 개입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올해 74세인 화웨이 창립자 런 회장은 친딸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체포된 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멍 부회장의 체포와 서방 각국의 화웨이 장비 퇴출 움직임 등 화웨이의 위기가 심화되자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언론과의 직접 만남을 추진했다.
런 회장은 마오쩌둥의 대기근에서 살아남아 1987년 2만1000위안을 가지고 네 명의 동업자와 함께 화웨이를 창립했다. 그는 2011년 후세대 경영자들이 6개월마다 순환제로 회사를 경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화웨이의 얼굴로 활동하며 2015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영국 방문에 동행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런 회장은 화웨이 지분 1.4%(20억달러 상당)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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