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대법, 상고법원 설치 놓고 전교조·강제징용 등 재판 개입
김기춘 “차한성 전 대법관 만나 강제징용 재판 전략 논의”
‘청와대 민원해결’, 사법부 권력 장악하려는 의도였나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중심에는 ‘상고법원’이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추진을 통해 사법부에 이어 청와대까지 동시에 장악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냐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소송 선고를 미루거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통합진보당 관련 재판 판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박근혜 청와대의 민원해결 창구로 나선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금과옥조’처럼 여겨야 할 사법부가 이를 저버리고 거래를 시도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당시 사법부 ‘윗선’들이 사법부 내 권력은 물론이고 행정부와의 관계에서도 힘을 키우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곱지 못한 시각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말부터 7개월여 수사 기간 동안 양승태 사법부 수뇌부가 박근혜 정권 핵심 인사들이 껄끄럽게 생각했던 여러 사안들에 대해 ‘교감’을 나눈 정황을 포착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묵념을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대표적인 것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검찰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는 재상고심 판결을 늦춰달라는 청와대 측 요구를 받고 이를 실행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해 8월 검찰에 출석해 “2013년 12월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차한성 전 대법관에게 판결을 늦춰달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했다”는 취지로 이를 시인했다. 이 자리에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의 전범기업 측 법률대리인 김앤장 한모(68) 변호사를 직접 만나 소송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다는 증거도 확보한 상태다.
이 같은 ‘검은 거래’에 대해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전국 일선 법원뿐 아니라 상고법원 법관들에 대한 인사권이 대법원장에게 주어진다. 여기에 단순 사건은 상고법원에서, 주요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전담하게 되면 13명 대법관의 판결을 이끄는 주심으로서의 대법원장 권력은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인사는 “당시에 상고법원을 두고 정치권에서 말이 많았던 걸로 아는데, 청와대의 요구를 들어주면 상고법원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11일 전·현직 대법원장 통틀어 헌정사상 최초로 피의자 조사를 받는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