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부터 현재까지 공판준비기일만 11회…본격 심리 시작 안 돼
구속기소된 4명 중 2명 석방…나머지 2명도 보석 신청 예정
法 "사무분담 변경에 따라 재판장 교체 가능성 있어"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해 6월 19일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에 대한 1회 공판준비기일로 시작된 ‘삼성노조와해’ 사건 재판이 6개월째 본격 심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신속한 재판 진행을 재판부에 촉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8일 오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32명에 대한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는 그동안 제시된 증거 정리 및 추후 재판 진행 절차 등을 확인한 후 특별한 심리 없이 차후 공판기일을 3월 5일 오전으로 예정했다. 내달에 있을 법원 인사이동에 맞춰 사무분담이 변경되는 등 재판장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재판부는 "사무분담에 따른 재판장 교체가 있을 경우 새로 바뀌는 재판부가 다시 조사해야 하는 중복된 상황이 발생한다"며 "두 번 하는 것보다 한 번에 진행하는 게 맞다는 것이 재판부 결론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인사이동 내지 사무분담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계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재판 진행은 송구하게도 3월로 넘기겠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공판준비기일을 포함한 14회 기일 동안 검찰은 변호인들의 비협조적인 변론 방식을 지적하며 신속한 재판을 요청해왔다"며 "피고인들 구속 이후 현재까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심리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구속된 것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서인데, 공판기일이 재판부 의견대로 지정되면 피고인들의 석방으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증거조사가 다 된 상황에서 검찰이 자꾸 추가 기소하고, 공소장을 변경하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비협조적인 것이 아니라 검찰 측의 수사 및 기소 과정이 재판 진행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고 반박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yooksa@newspim.com |
앞서 재판부는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와 노조 와해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모 노무사에 대한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현재 구속 중인 피고인은 목장균 전 삼성전자 전무와 삼성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노조 관련 정보를 제공한 김모 전 경정이다.
그러나 이날 김 전 경정 측 변호인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구속기간 만료 전에 보석을 허가해달라"며 보석 신청을 했고, 목 전 전무 측 변호인도 "피고인에 대한 보석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일 재판부가 목 전 전무와 김 전 경정에 대한 보석 청구를 인용할 경우 삼성노조와해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 4명 모두 석방되는 것이다.
삼성노조와해 재판은 피고인만 32명에 달하는 등 증거가 방대해 이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판준비기일만 11차례나 가졌다.
더불어 삼성 측이 2018년 2월 8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 검찰의 수원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수집한 노조와해 관련 증거 수집이 위법하다는 문제를 지적해 이에 대한 공판을 세 차례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본안 심리도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노조와해 사건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설립된 노조에 대해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등 와해 공작을 펼치기 위해 소위 '그린화 전략'을 수립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건이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삼성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 등으로 노조탈퇴 종용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삭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단체교섭 지연·불응 △채무 등 재산관계, 임신 여부 등 조합원 사찰 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 재판은 3월 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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