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6.47% 전년대비 1.5%p 개선
영업력에 정조준...저해지종신·치아·미니암 등 저가형 상품 강화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의 지난 1년 성적표는 ‘A’다. 체면을 버리고 실리를 챙긴 덕이다. 보험업계 전체적으로 수입보험료와 이익이 대폭 줄었지만 삼성생명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다만 현 사장도 올해 맞닥뜨릴 경영환경 앞에선 주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적 감소를 방어할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사진=삼성생명] |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47%다. 직전해 말 4.97%보다 1.50%포인트 개선됐다. 같은 기간 주요 보험사의 영업이익률(한화생명 3.19%→2.56%, 교보생명 4.41%→5.50%, NH농협생명 1.35%→0.17%)에 비해 우수하다.
영업이익률은 투자영업비용을 제외한 총수익 대비 당기손익 비율로 보험사의 영업효율성을 파악하는 지표다. 영업이익률이 좋아졌다는 건 그만큼 돈을 잘 벌었다는 의미다.
삼성생명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건 '업계 1위'라는 체면을 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주로 고액·자산가 시장을 공략했다. 종신보험, 통합보험, 일시납연금보험 등이 주력 상품이었다.
그러나 현 사장이 온 후 전략이 변경됐다. 그 동안 중소형 보험사 전용상품이라고 치부하던 소액상품까지 확장했다. 지난해 3월 치아보험, 9월 미니암보험을 각각 출시했다. 또 보험료를 낮춘 저해지종신보험과 암보험 등 판매에 주력했다. 수익 하락 방어에 온 힘을 쏟았다는 의미다.
덕분에 지난해 3분기 신계약가치는 90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9120억원 수준을 유지한 거다. 이는 소액상품이라도 수익성이 좋은 보장성만 집중한 덕이다. 전체 신계약APE(연납화보험료)는 2조410억원으로 전년 2조238억원 대비 8.8% 하락했지만, 수익성이 좋은 보장성APE는 1조3290억원으로 1조2110억원 대비 약 10% 개선됐다. 또 보장성PAE 증가는 신계약가치와 신계약마진을 각각 7.8%, 6.2%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APE는 그 해 받은 모든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다. 신계약 매출 추이를 확인할 수 있어 회사 성장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올해는 만만치 않다.
우선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개선된 것은 삼성전자 주식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1조958억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요컨대 영업을 잘해 수익을 낸 게 아닌 자산 매각으로 이익률 지표가 좋아졌다는 거다. 올해 이처럼 자산매각에 따른 이익이 없다면 영업이익률은 3%대로 뚝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수입보험료(거둬들인 모든 보험료, 제조업의 매출액에 해당)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문제다. 체면까지 버렸지만 업황이 꺾이는 것 자체를 역행하지는 못했다는 거다. 지난해 3분기 수입보험료는 15조8210억원으로 지난해 16조5760억원 대비 4.6% 줄었다.
또 저금리로 인해 이원차스프레드(이원차마진율)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같은 기간 이자소득자산 보유이원은 3.69%에서 3.59%로 10bp 줄었다. 반면 부채평균예정이율은 4.46%에서 4.44%로 2bp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이원차스프레드는 –77bp에서 –85bp로 확대됐다. 이로 인한 연간 손실액만 2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영업을 강조했던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의 1년 성적표는 ‘선방’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법인보험대리점(GA)와 협업 강화 등 채널의 확고한 변화를 하지 않으면 올해는 성적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체면까지 버렸지만 갈수록 시장지배력이 낮아지고 있다”며 “올해 현성철 사장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발휘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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