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문명'전 10개국 순회, 윤형근전 이탈리아서 전시
윤석남,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내셔널 포트레이 갤러리 전시
양혜규 블라인드 설치작 '솔 르윗 뒤집기' 테이트 모던서 소장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18년 김환기의 붉은색 전면 점화 ‘3-II-72 #220’가 홍콩에서 85억원에 거래됐다. 이 작품은 한국 미술품 중 최고가를 경신하며 한국 단색화의 명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게 한국의 현대미술을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기회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작가들의 해외 전시 소식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순회전으로 한국의 미를 소개할 수 있는 장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 8월2일 개최해 오는 2월6일까지 전시를 연장한 ‘윤형근’전은 오는 5월 이탈리아 베니스 대표 시립미술관 포르트니 미술관(Fortuny Museum)에서 만날 수 있다. ‘윤형근전’은 5월부터 11월까지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순회전시하기로 이탈리아 베니스 포르투니 미술관과 지난달 11일 협약을 체결했다.
청다색 Umber-Blue, 1978, 마포에 유채, 270x141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
포르트니 미술관은 저명한 디자이너였던 마리아노 포르투니(Mariano Fortuny)의 스튜디오가 사후 베니스시에 기증되면서 1975년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이 미술관은 비엔날레와 함께 꼭 방문해야 할 산 마르코(San Marco)의 미술관으로 꼽히고 있어 ‘윤형근’전 개최의 의미가 남다르다. 포르투니 미술관에서 비엔날레 기간 중 열리는 첫 번째 ‘작가 개인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번 전시에는 유럽에 소장된 윤형근의 작품도 추가로 전시될 예정이다.
1세대 한국 페미니스트 작가 윤석남 작가의 작품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워싱턴 D.C.)가 진행하는 ‘세계의 초상화들:한국(Portraits of the World: Korea)’에 전시된다.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초상화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에는 윤석남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어머니Ⅲ(1993, 2018년 재제작)’가 전시된다.
주 워싱턴 한국문화원 제공, 세계의 초상화들 한국, 윤석남, 어머니 III 전시 전경 [사진=학고재] |
이 전시는 세계적 맥락에서 미국의 초상화를 살펴보자는 취지로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지난해 처음 스위스 편으로 시작해 올해 한국 편이 두 번째 시리즈로 기획됐다. 포트레이트 갤러리 알레슨 로빈 큐레이터는 윤석남 작가의 작업이 ‘어머니’와 ‘모성’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국의 전통적인 성 관념을 깨트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여성의 강인함과 생명력을 이야기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어머니Ⅲ’는 윤석남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작업한 작품으로 작가는 어머니가 32세 때 친구들과 찍은 사진과 기억을 조합해 그렸다. 윤 작가는 유년시절 아버지를 여읜 후 홀어머니 밑에서 육남매를 키운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불혹의 나이에 화업을 시작한 윤 작가는 ‘어머니’와 ‘모성’을 작업의 주요 서사로 삼아왔다. 그러면서도 ‘모성’은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라는 주제로 여성의 강인함을 표현해왔다.
'솔 르윗 뒤집기 – 1078배로 확장, 복제하여 다시 돌려놓은 K123456'(2015) 작품 앞에 선 양혜규 작가, 2015 © Haegue Yang, courtesy of kurimanzutto, Mexico City |
양혜규 작가의 블라인드 설치작 ‘솔 르윗 뒤집기 – 23배로 확장 후 셋으로 나뉜, 세 개의 탑이 있는 구조물(Sol LeWitt Upside Down – Structure with Three Towers, Expanded 23 Times, Split in Three)’(2015)은 지난해 12월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소장을 확정했다.
양혜규의 이 작품은 지난달 10일부터 1년간 테이트 신조상품 전시 ‘Materials and Objects’에 전시된다. 예술적 경계와 국적을 넘어 다양한 소재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에 양혜규 작가의 작품도 포함됐다. 양혜규의 블라인드 설치 작업은 현재 워커아트센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스톡홀름 현대미술관과 말뫼시 등에 소장돼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세계 순회전 개최
국립현대미술관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전도 세계 각국에서 순회전을 가진다. 과천관에서 문을 연 ‘문명’전은 미국 사진전시재단과 공동 개최한 전시로 오는 3월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를 시작으로 호주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2020년 9월), 프랑스 마르세이유 국립문명박물관(2021년 1월) 등 10여 개 미술관에서 순회전이 개최된다.
'문명: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전시장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
‘문명’전은 애초부터 세계 순회전으로 기획한 전시였다. 그래서 한국 작가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진계, 미술계 작가들이 참여했고 한국을 비롯해 중국, 호주, 프랑스 등 10개국에서 전시 개최가 가능했다. 보편적인 주제인 ‘문명’ 아래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문명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가 더해져 국제시장에서 주목도를 높일 수 있었다.
반면 ‘윤형근’전은 3~4년 전부터 한국 미술이 세계 미술계에서 관심 받으면서 해의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강수정 학예연구관은 “지난해 윤형근 개인전이 서울관에 개관되면서 해외 미술 관계자들이 이 전시를 찾았다. 특히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런던, 프랑스, 중국 등에서 미술 관계자들이 윤형근 전을 찾았고 이들과 만나 전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다. 또, 윤형근 작가를 연구하는 시도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강 학예연구관은 국제시장에서 한국 미술의 위상에 대해 “아쉽게도 케이팝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미술의 위상에 대해 추상적으로 미술에 관한 담론 등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 미술을 다양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했다.
현재 해외에서도 한국 미술에 대한 연구와 관심은 지속되고있다. 강 학예연구관은 “영국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나 LA 라크마 미술관(LACMA MUSEUM),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모마(MoMA) 등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 한국 미술의 실험미술, 모노크롬 미술, 민중 미술과 관련한 자료 요청이 끊임없이 온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1층 수장고형 전시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
미술교류도 활발히 진행되는 중이다. 강 학예연구관은 “전시에 대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미술관에 큐레이터들과 리서치가 시작되고 있다. 실제 전시가 아시아 순회전으로 3개 도시에서 진행되고 베니스에 가고. 이런 식으로 기획서가 주고받는게 되게 많다. 전시 준비 기간이 기본적으로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국 미술의 국제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은 “한국 미술 위상 높이기보다 글로벌 콘텍스트에 자기가 대화하고 만나는 게 현재 우리가 진행해야 하는 과제에 더 가깝다”고 강 학예연구관은 강조했다.
아울러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청주관 개관으로 테이트모던 다음으로 확장된 국립 공공미술관이 됐다. 문화적 환경, 재원적 자원, 경제적 자원이 안정돼 있어서 한국 미술의 발전과 국제화는 더욱 발전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