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세계 2위 경제국 중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압박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역정책의 양보가 불가피하지만 이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체면을 구긴 것. 무엇보다 중국 국민들 사이에 정부가 나약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정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뉴욕타임스(NYT)를 포함한 주요 외신이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 상황도 중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양국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양보’ 리스트를 쏟아낸 반면 중국 측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움직임을 취한 것도 이 같은 딜레마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퍼킹 대학의 국제정치경제센터의 왕 용 이사는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중국 측의 양보가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국내 정치적 파장은 물론이고 사회적 동요와 뜨거운 논란이 불가피하다”며 “중국 정책자들은 미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차단하는 한편 국내 비판적인 여론을 차단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동원한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최대한 틀어막는 한편 내수 경기를 강화해 경제 성장의 대외 의존도를 낮춘다는 것.
무역 협상을 둘러싼 따가운 여론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위챗과 웨이보 등 국내 소셜 미디어를 대상으로 검열과 감독에 공격적으로 나섰다고 SCMP는 전했다.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 이후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를 현행 4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고, 미국산 콩류 수입도 즉각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제시한 ‘당근’을 자국 국민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굴뚝으로 새 나가는 연기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석학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무역 마찰 속에 내년 중국 경제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정책자들은 대미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수요를 근간으로 한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중국 공산당 정치국이 밝혔다.
내수 경기를 대폭 강화해 대외 리스크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리스크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공산당 정치국은 미국과 관세 전면전에 따른 중국 실물경기의 충격과 대외 여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제조업을 필두로 중국 주요 산업이 커다란 타격을 입었고, 외국인 투자 역시 대폭 줄어들었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딩 솽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SCMP와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 확산을 방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미국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국내 경제 개혁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금까지 중국의 양보만으로는 무역전쟁을 종료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을 '관세맨'이라고 지칭하며 90일 간의 무역협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강경 자세를 취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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