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억류·조사 캐나다인 2명 "서로 최소 안면식 있어"
스페이버 대표, 과거 로드맨-김정은 통역사로 활약
화웨이 논란에서 뜬금없는 북한 연관성
[베이징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백두문화교류사(Paektu Cultural Exchange)의 캐나다인 대표 마이클 스페이버가 국가 안보에 해를 끼쳤다는 의혹으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중국 랴오닝(辽宁)성 지방정부 공식 매체가 1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단둥(丹东)시 소재 국가안보성은 지난 10일부터 스페이버를 조사하고 있다. 매체는 이 이상의 자세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단둥시는 북한 국경이 있는 도시다.
로이터가 스페이버의 지인들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스페이버는 당국의 조사를 받기 시작한 날인 지난 10일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 5분에 다롄(大连)시에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향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한국땅을 밟지 못했다.
그의 직업은 백두문화교류사 대표다. 백두문화교류사는 중국과 영국 소재의 비영리 사회기업이며, 북한과의 스포츠 교류 등 대북 사업을 진행하는 캐나다 소유의 회사다.
백두문화교류사 웹사이트에는 북한과의 "지속 가능한 협력, 여러 문화 교류, 활동, 무역, 투자를 도모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써있다. 특히, 북한 내에서도 "접촉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활동들이 "비(比)정치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스페이버는 전직 '스타' 미 NBA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이 지난 2013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를 마시고, 개인 소유 보트를 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때 통역가와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인물이다.
백두문화교류사 로고 [사진=백두문화교류사 홈페이지] |
최근 들어 스페이버 대표는 대북제재 해제의 기대를 걸고 북한 투자에 주력했다. 북한 관리들과 잠재적인 투자자들을 단둥시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초청하거나, 직접 북한을 방문했다고 스페이버 대표가 과거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 있다.
스페이버는 10일 중국 당국에 발목이 잡힌 두 번째 캐나다인이다. 첫 번째 캐나다인은 전직 외교관이자 현재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에서 종사하는 마이클 코프리그다. 그는 중국의 비영리단체(NGO) 운영법을 위반해 국가안보에 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억류됐다.
로이터가 두 사람을 잘 안다는 소식통들을 취재한 결과, 코프리그와 스페이버는 최소 서로 안면식이 있거나, 지인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현재까지 두 사람의 사례가 연관되어 있거나, 연계되었다는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스페이버도 코프리그와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로이터는 중국 정부의 NGO와 사회기업 데이터베이스 그 어디에도 백두문화교류사가 등록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의 캐나다인 억류·조사 조치가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
멍 CFO는 지난 1일, 미국의 송환 요청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현지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지난 11일, 브리티시컬럼비아 대법원으로부터 보석 허가 판결을 받았고 현재 송환 심리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뉴욕 검찰은 그가 다국적금융망을 이용해 이란 제재를 피하려 했다며, 대(對)이란 제재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중국 당국은 이에 반발하며 캐나다에 멍 씨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