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교보생명 아닌 대주주에게 풋옵션 행사
기업가치 낮으면 FI가 지분 압류해 제3자 매각할 수도
[서울=뉴스핌] 김승동 박미리 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기업공개(IPO, 주식시장 상장)를 결정했지만 쉽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재무적투자자(FI)가 풋옵션(Put option·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 매수청구권)을 교보생명 법인이 아닌 신창재 회장 개인에게 행사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기업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1조5000억~1조6000억원에 달하는 행사가를 FI들에게 돌려줘야할 처지다.
문제는 기업 공개로 자금을 끌어모아도 신 회장 개인이 풋옵션 행사가를 전부 마련할 가능성이 낮다는 거다. 최악의 경우 FI가 신 회장의 지분을 압류해 제3자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
[자료=교보생명] |
교보생명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기업공개 안건을 결의했다. 교보생명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기업공개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공개가 늦어지면 신 회장은 FI들이 행사한 풋옵션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10월에 행사한 풋옵션은 컴플라이언스, 투자심의 등 정식 절차를 거쳐 결정된 것”이라며 “교보생명 법인이 아닌 신창재 회장 개인에게 행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기업공개 결정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자금 마련의 한 방편일 것”이라며 “서둘러 기업공개를 해도 FI들은 풋옵션 철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로 구성된 FI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이때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를 하지 않으면 교보생명의 대주주인 신 회장 개인에게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다. 또 풋옵션에는 원금과 일정 규모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 금액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1조5000억~1조6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교보생명은 FI들의 엑시트(자금회수)를 위해 서둘러 기업공개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생명보험업의 성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는 거다. 이에 기업공개를 한다고 해도 신 회장은 FI들의 풋옵션 행사가격을 맞추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모자란 금액을 신 회장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현재 공모가 등이 결정되지 않아 교보생명의 가치가 정확히 산정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5조원 이내로 분석한다. 신 회장의 지분(33.78%) 가치는 1조5000억원 가량이다.
신 회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 중 마지막이 기업공개 후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거다. 이미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주식담보대출 가능성을 파악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자금을 마련할 정도로 교보생명 가치와 담보인정비율(LTV)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법인인 교보생명이 나설 수도 없다. 교보생명이 FI의 자사주를 매입하면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신 회장 개인이 되사줘야 하는 걸 법인이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 입장에서 최악의 가정으로 FI들이 대주주 지분을 압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교보생명 경영권이 제3자에게 매각될 수도 있는 거다.
업계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덫에 걸렸다”며 “오늘 이사회에서 기업공개 결정을 했다고 해도 FI들과 최대한 협의하는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