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국정과제 실행 대기업 몫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정탁윤 기자 = 역대 정부에서 금융권과 기업들에 요청하는 것은 단순이 돈뿐만이 아니었다. 재원이 필요한 각종 국정과제를 실행하는 주체도 대기업의 몫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미소금융재단과 박근혜정부때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미소금융재단(현 서민금융진흥원)과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현 정부에서도 명맥을 이어오고는 있지만, 전 정부가 주도한 사업이라 과거보다 힘이 빠졌다는 분석이 많다. 공익재단 관계자는 "미소금융이나 창조경제센터 모두 전 정부 이미지가 너무 강하지 않느냐"며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사업 내용까지 달라지고 힘이 빠진다는 것 자체가 그동안 정부가 금융권과 기업들을 동원한 사업들의 부작용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금융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의 자활의지를 돕기 위해 지난 2009년 설립된 미소금융재단도 이명박 전대통령의 서민금융 강화 의지가 뿌리가 됐다. 이 전 대통령의 의지를 실행해준 것도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재단설립을 주도하며 초대 재단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모든 것을 바쳤다. 휴면예금을 재단 재원으로 삼도록 했고 시중은행은 물론 LG·SK·삼성·현대기아차·포스코·롯데 등 6대 기업의 출연도 요청했다.
출범 당시 약속된 재원만 2조원이 넘었다. 미르재단 등과 같이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 릴레이 모금 방식이 아닌 기업들이 각기 재단을 따로 운영해 왔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뀌자 기업들의 출연금이 반 토막이 나며 미소금융도 위축된다. 김승유 이사장도 임기 2년을 남기고 사임한다. 결국 정권이 주도하고 기업들이 재원을 내는 기금의 운명은 권력과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또 한번 증명한 것이다.
이후 미소금융재단은 박근혜 정부때인 지난 2016년 9월, 현재의 이름인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출범했다. 자본금 200억원으로 KEB하나·KB국민·우리·신한·NH농협 등 5대 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25억원씩,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도 각각 17억원, 11억원을 출자했다. 진흥원은 현재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4대 서민금융상품을 통합 취급하고 있으며 서민들의 채무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출범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역인재 육성과 창업·벤처기업 지원,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3대 목표 하에 한 개의 대기업이 한 지역을 전담하는 식으로 전국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현황 [사진=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
당시 대구·경북은 삼성이, 광주는 현대차그룹이, LG는 충북, SK는 세종과 대전, KT는 경기, 두산은 경남, 롯데는 부산, 효성은 전북, 한화는 충남, GS는 전남, CJ는 서울, 한진은 인천, 현대중공업은 울산, 네이버는 강원, 다음카카오는 제주에 각각 거점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 정부들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업들의 각종 지원과 관심이 줄어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정부 지원 부처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됐다.
전담 대기업이 납부한 기부금 총액 역시 최근 2년동안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 기업들은 정부 차원의 명확한 시그널이 없는 상황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 투자에 계속 참여할지를 망설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내년에도 투자할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못했다"며 "아무래도 전정부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 참여를 계속해야 하는건지 이래저래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 정부의 농어촌생상기금같은 것 역시 이전 정부와 똑같은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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