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국제 유가가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하는 가운데 월가의 옵션 트레이더들 사이에 비관론이 두드러진다.
하락 베팅 규모가 국제 유가 급락이 본격화됐던 2014년 수준을 넘어선 것. 국제 유가가 1년래 최저치로 밀린 데 가운데 반등을 점치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쿠싱의 원유 저장 시설[사진=로이터 뉴스핌] |
23일(현지시각)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원유 옵션 시장의 1년 만기 브렌트유 스큐 지수가 8.76%까지 하락,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에 대한 하락 베팅 풋옵션의 프리미엄이 5년래 최고치로 뛰었다는 의미다.
유가 하락 리스크에 대한 헤지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4년 전 국제 유가가 불과 수개월 사이 배럴당 115달러에서 47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쳤던 당시보다 비관론이 고조됐다는 평가다.
유가 하락은 미국 셰일 업계의 공급 증가와 트럼프 행정부의 예기치 못했던 이란 제재 완화가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성장이 일제히 둔화, 내년 원유 수요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폭락에 가세했다.
이날 장중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5% 급락, 배럴당 59.47달러에 거래됐다.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선을 뚫고 내리며 지난해 10월2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황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마찬가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는 장중 한 때 7% 가까이 폭락하며 배럴당 50.60달러에 거래, 50달러 선을 위협했다.
국제 유가는 이달 들어서만 20% 가량 후퇴했고, 주간 기준으로 7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수급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연일 하락 압박을 가하는 양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내년 비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의 공급 물량이 하루 23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6개월 전 전망치에 비해 50만배럴 늘어난 수치다.’
반면 내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는 하루 130만배럴로, 6개월 전 전망치인 150만배럴에서 하향 조정됐다.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점쳐졌던 유가의 폭락에 월가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PVM 오일 어소시어츠의 타마스 바가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유가 급락에 시장 전문가들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트레이더들이 주시하는 부분은 약세장의 지속 기간”이라고 전했다.
원자재 헤지 전략 자문사인 커머디티 트레이딩 코프의 티바우트 레몬도스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가 향방에 대한 투자 심리가 극단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 폭락과 함께 변동성은 최근 56까지 상승, 2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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