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최대 정부계 싱크탱크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해체가 원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약 60년간 OPEC의 맹주로 군림했던 사우디에서 이같은 조사를 진행해 주목된다.
신문이 연구 개요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목적은 "OPEC 해체의 단·중기적 결과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며 "석유 생산국 간의 조율이 사라지면" 글로벌 석유 시장과 사우디 재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개요는 OPEC이 없어질 경우 조사 대상으로 삼아야 할 두 가지 경우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사우디를 포함한 모든 대형 생산국이 시장 점유율을 위해 서로 다투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사우디가 자국의 대규모 생산량을 활용해 전 세계 수급 균형을 맞추는 경우다. 현재 OPEC 회원국이 하는 역할을 사우디가 혼자하는 상황를 가정한 것이다.
연구를 추진한 싱크탱크는 '압둘라국왕 석유연구조사센터(King Abdullah Petroleum Studies and Research Center·KAPSRC)'로, 이 센터는 자신을 독립적인 연구 기관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직원들은 사우디 아람코나 에너지부 같은 주요 사우디 기관에 조언을 해준다고 WSJ은 설명했다.
개요에 따르면 사우디 석유 정책 형성의 핵심인 두 명의 주요 정부 고문이 매주 이 프로젝트에 관한 연구원들을 만나는 것으로 돼 있다.
최근 사우디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OPEC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태로 많은 투자자가 사우디와 거리를 두고 있다.
KAPSRC의 아담 시에민스키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조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조사 프로젝트에 정통한 한 선임 고문은 미국 정부의 비판은 조사를 고려하게 된 기회가 됐다고 했다. 조사 결과로 OPEC 존재와 OPEC에서의 사우디 역할에 대한 당위성이 더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WSJ은 이 조사는 사우디 고위 정부 관리들이 OPEC에 대해 광범위하게 재고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 관리들은 석유 수요가 언젠가 정점을 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에 대응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이 인용한 고문은 이 조사는 석유 수요가 너무 많이 감소해 OPEC이 지배력을 상실하고 해체될 경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관한 게임의 연습이라고 말했다.
시에민스키 소장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석유 시장 안정화에서 OPEC의 예비 생산능력 역할에 대해 연구했던 이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는 이전 연구에서 예비 생산능력의 부재는 "가격 변동성을 높이고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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