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재고자산 평가·관리 인프라 부족
노하우 없이 대출 확대하면 부실 우려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포괄적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 도입을 주문했다. 은행권에선 지적재산권(IP), 재고자산 등을 평가·관리하는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문 대통령은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금융 현안을 보고받고 "부동산 등 물적 담보가 부족한 기업들이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하라"며 일괄담보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라고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일괄담보대출은 다양한 담보들을 한 바구니에 담아, 하나의 담보로 인정받도록 등기를 낼 수 있는 여신기법이다. 신용대출이나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에서 벗어나 IP, 매출채권, 기계류 등 여러 자산을 토대로 기업들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해 지원하라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금융권에서는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기술이나 IP를 담보로 대출하려면 평가할 만한 기술력이나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담보대출을 확대하면 부실 가능성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조업 외에 기술을 인증할 만한 기준이나 평가기관이 부족하다"면서 "디자인이나 문화콘텐츠 같은 경우 심사대상이 되기 어려운 데다 대출이 된다 해도 부실이 발생할 경우 대출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술력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기술금융은 또다른 신용대출로 전락한 상황이다.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새로운 기업을 발굴해 대출을 내주기보다 신용등급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신용대출을 내주고 있다.
기계, 재고자산을 담보로 한 동산담보대출도 이제 막 발을 뗀 상황이다. 사물인터넷(IoT), QR코드 등 신기술을 도입해 동산담보대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노하우를 쌓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에서 IP 담보대출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은행권에선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모습이다. 특허청과 협업해 금융기관에 IP 가치평가를 제공하고 IP 담보대출 등 신규 상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중은행들은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기까지 내부 검토 수준에서만 머무르고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다양한 동산 담보를 평가할 수 있도록 외부 감정평가기관과의 제휴를 추진해야 한다"며 "유형별 담보 회수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은행 간 공유하는 등 인프라 마련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