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북한이 미신고 미사일 기지를 운영 중이라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가 발표된 후 미국 언론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간 북미 합의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가열되고 있다.
우선 CSIS 보고서가 발표되자마자 미국 언론과 미 정계의 대북 회의론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속아 넘어간 것이며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스(NYT) 이를 북한의 ‘큰 속임수’라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가 ‘쇼’였을 뿐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용인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내세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NYT의 보도가 부정확하다며, CSIS 보고서에 나온 미사일 기지에 대해서는 이미 완전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상적이지 않은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분명히 우리는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회담에 나설 준비가 됐다며 북미 협상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미국 정보 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내용"이라며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 없고, 해당 기지를 폐기하는 게 의무조항인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CNN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항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포함된 적이 없으므로 북한이 미국과의 합의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며, 청와대의 입장에 동의를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이 정상회담 합의를 어긴 것은 아니며, ‘속임수’라는 NYT의 보도가 다소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지프 버뮤데즈 CSIS 선임연구원조차 일부 언론이 당초 보고서를 발표한 의도와 다르게 선정적으로 보도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일성 탄생 105주년 기념 열병식 당시 등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017.04.15.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이후 미 언론들은 사설과 논평 등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놔둔 북미정상회담 합의 자체가 잘못이라는 비난을 이어갔다.
WP는 이번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급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북한은 수십 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아직도 수만 명의 사람들이 끔찍한 강제수용소에서 고통 받고 있다. 그래도 급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WP는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을 인용, “김 위원장은 어떤 약속도 어기지 않았지만, 핵무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루이스 소장은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의 검증 및 제거가 협상의 다음 단계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NYT는 ‘가짜 뉴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트럼프가 “대단한 업적을 남기려는 욕심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구축하는 동안 ‘북한과 사랑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언론의 보도가 편향적인 측면은 있었지만 보고서 내용 자체는 사실이라며,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실태에 대해 객관적이고도 정확히 판단해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블룸버그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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