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 약속 이행하는 것일 뿐"
"美 중간선거 결과로 북한 핵 탄두, 미사일 사라지지 않을 것"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내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 20곳 중 13곳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CNN이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을 어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SIS에 이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2일 북한이 숨겨진 16곳의 비밀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으며, 이는 북한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 약속 이행하는 것일 뿐"
CSIS 보고서와 NYT의 보도가 나온 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미국 정보 당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내용"이라며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 없고, 해당 기지를 폐기하는 게 의무조항인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비밀'과 '미신고', '기만' 등의 내용이 북미 간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사항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포함된 적이 없으므로, 북한이 미국과의 합의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며, 청와대의 입장에 동의를 표했다.
모호한 언어로 구성된 합의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에서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공동 노력할 것"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할 것"만 약속했지, 미사일 기지 운용에 대해서는 약속한 적이 없으므로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지속해서 가동해도 합의문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매체는 또 올 1월 1일 방영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주목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량생산을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단지 자신이 약속한 사항들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북한 핵 탄두·미사일 사라지지 않을 것"
북한 내 미신고 미사일 기지 문제와 관련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CNN은 여전히 비핵화를 둘러싼 북한의 조치에 의구심을 표했다.
특히 지난 5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두고 애널리스트들은 북한이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달성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 구축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핵화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구축에 목표를 둔 북한의 전략은 통했을지 모른다. 지난 9월 북한 정권 수립(9.9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ICBM은 등장하지 않았으며, 북한은 1년 가까이 핵 미사일 실험을 중단해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praise)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중간선거 유세 현장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발언까지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사안에 능통한 소식통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탈환으로 빚어진 정치 권력구도의 변화가 비핵화 달성에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선(先) 핵·미사일 폐기, 후(後) 경제적 보장'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정치 기반이 약화된 트럼프 행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북한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매체는 이 같은 북한의 우려 속에 미사일과 핵 탄두는 당분간 북한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