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이미래 중국전문기자= 베이징 올림픽의 해인 지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극심해지고 이른바 올림픽을 치른 뒤 경기가 악화하는 '올림픽 후유증'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경제 전반에 경착륙 우려가 팽배해졌다.
5년연속 두자리수 성장을 기록하며 2007년 14.2%에 달했던 중국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9.7%로 뚝 떨어졌으며 2009년에는 다시 9.4%까지 후퇴했다.
부동산 경기가 꼭지점을 찍으면서 전국 주택가격도 일제히 폭락세를 나타냈다. 2007년 10월 6000포인트를 넘었던 중국증시 상하이지수도 급전직하의 가파른 내리막세를 나타냈다. 급기야 중국 국무원은 2008년 11월 9일 글로벌 위기대응 차원에서 4조위안(당시 환율 800조원)이라는 사상 최대규모의 재정 확대를 동원한 경제 부양책을 시행하고 나섰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1조위안, 3조위안을 동원해 2년동안 사회 간접자본, 내수확대, 사회보장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농촌 전자제품 구매에 대한 보조금 지급(가전하향), 소형 배기량 자동차 구매에 대한 세금 우대정책 등을 통해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TV등 가전제품 구입주민들에게 20%가까운 현금을 보조해주고 자동차 구매세를 대폭 감면해줬다. 2009년 상반기에는 철강 석유화학 유색금속 조선 장비제조 자동차 방직 경공업 전자정보 물류 등 10대산업 진흥정책을 펼치고 나섰다.
통화 정책면에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008년 9월~ 12월, 짧은 3개월 새 무려 4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같은 기간 지급준비율(지준율)도 도합 4번이나 인하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재정과 통화 전 분야에서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일체의 수단을 다 동원했다고 말한다.
이런 전방위 경제 부양으로 중국 성장률은 2010년 10.6%로 다시 두자리 성장률을 회복하게 된다. 이후 ‘4조위안’은 중국 정부 경제부양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용어가 됐다. 당장 경기를 살리는데 효과를 냈지만 인프레를 비롯해 경제 각부분에 엄청난 버블을 형성하면서 적지않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4조위안 부양책이 시행된 지 꼭 10년만인 2018년, 중국에 우려했던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이 현실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2008년 당시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발단이었으나 올해 금융위기는 갑자기 불거진 미중 무역전쟁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강하다. 물론 중국의 버블 성장과 경제 전반에 걸친 과도한 레버리지 또한 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10년전 금융위기 전후와 비교할 때 비슷한 점이 적지않게 발견된다. 금융위기 직전 부동산 경기사이클이 꼭지점에 도달한 점이 유사하다. 부동산 분야, 특히 민영기업들이 겪는 '돈맥경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10월 시중 유동성도 한층 악화됐다는 소식이다.
다만 지금은 아무리 급하다 해도 부동산을 경기부양의 전면에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크다. 중국 경제를 병들게 하고 있는 레버리지가 문제기 때문에 2008년의 4조위안 재정부양 같은 전면 부양은 꿈도 꿀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 역시 "경제가 하방압력에 노출돼 있지만 대규모 부양책은 동원하지 않을 것이다"며 10년전과 같은 전방위 경제 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시장 부양을 위해 중국 통화당국이 내년초 금리인하를 한차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기조를 감안할 때 통화완화 정책의 공간도 그리 넉넉하지 못한 형국이다.
가파른 성장 후퇴와 함께 금융위기 우려로 상황은 점점 다급해져가는데 막상 경제를 살리기 위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매우 제한적이다. 현지 중국 전문가들도 10년전 금융위기 상황과 4조위안 경제부양 패키지를 아무리 연구해봐도 달리 방도가 없다며 무역전쟁의 기세가 수그러드는 것 말고는 위기에 빠진 중국경제가 스스로 돌파구를 열어가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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