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티닙 기술 이전 “오스코텍→유한양행→얀센”
시판 중인 경쟁 약품 ‘타그리소’…미국·유럽도 ‘잠식’
“마일스톤 최대 계약 금액, 당장 지급되는 돈 아냐”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신약 ‘레이저티닙’이 1조원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에 시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이 시판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조약 대비 우월성 입증이 관건일 것으로 내다봤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전일 대비 29.78%(5만3000원) 오른 23만1000원, 레이저티닙 원개발사 오스코텍은 23.69%(6100원) 상승한 3만1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레이저티닙(Lazertinib)’의 기술수출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유한양항은 마일스톤 계약 방식에 따라 우선 계약금 5000만달러(약 659억원)을 받게 되며, 향후 임상 진행 단계별로 최대 12억500만달러(약 1조3471억원)을 수령한다. 시판 이후 매출 규모에 따라 두 자릿수의 로열티도 지급받는다.
오스코텍은 2015년 유한양행으로부터 10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레이저티닙을 기술 이전했다. 레이저티닙은 전체 폐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이며,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Tagrisso)와 같은 EGFR T790M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개발된 물질이다.
유한양행의 최근 1주일 주가 변동. [사진=네이버금융] |
앞서 타그리소는 지난 4월과 6월 각각 미국, 유럽에서 1차 치료제 승인을 받아낸 상황이며, 지난해 전 세계 매출 9억5500만달러(1조73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기업 UBS의 애널리스트 잭 스캔넬(Jack Scannell)는 “타그리소가 올해말까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EGFR 돌연변이 1차 치료제 시장의 68%를 차지하고, 2020년까지 시장점유율이 95%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타그리소가 이미 전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만큼, 레이저티닙은 임상 성공과 함께 기존 약물보다 혁신성과 차별성까지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임상 중간 결과 레이저티닙이 경쟁약물보다 우수한 약효 및 안전성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병용요법으로서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마일스톤’이라 불리는 신약 기술수출 계약 방식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한미약품은 2015년 7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폐암 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기술 이전 조건으로 7억3000만 달러(약 8500억원)짜리 ‘마일스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개발 속도전에서 밀려나면서 ‘타그리소’가 미국에서 먼저 시판됐고, 베링거인겔하임은 1년 만에 임상 중단을 선언했다. 결국 한미약품은 계약금과 기술료 등 718억여원 외의 나머지 돈은 받지 못했고, 주가가 18% 급락, 연중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한양행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제약사가 임상 중단을 선언하면, 최대 금액인 1조3471억원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