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얀센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기술수출
단일 항암제 기준 최대 규모
레이저티닙, 오스코텍과 공동개발한 물질
'타그리소'와 경쟁 주목
[서울=뉴스핌] 김근희 기자 = 유한양행이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국내 제약 역사상 단일 항암제 기술수출 규모로 최대다. 제약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이 결실을 맺었다고 분석한다.
[사진=유한양행] |
◆ 단일제 기술이전 규모 중 최대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 얀센 바이오텍(이하 얀센)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Lazertinib)'의 기술수출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공시했다.
계약금은 5000만달러(약 659억원)이다. 개발 및 상업화까지 단계별 마일스톤 기술료는 최대 12억500만달러(약 1조3471억원)다. 계약금은 반환의무가 없지만 마일스톤 기술료는 임상 실패시 일정 기준에 따라 지급되지 않는다.
레이저티닙 상업화 이후에는 유한양행은 매출 규모에 따라 두 자릿수의 경상기술료(로열티)를 수령한다. 얀센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레이저티닙에 대한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는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레이저티닙은 선택적으로 뇌조직을 투과하는 경구용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타이로신 인산화 효소(EGFR TK)억제제다. 2016년 7월 중국 제약기업 뤄신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기술수출됐다가 같은해 12월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두 회사는 레이저티닙의 단일요법과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해당 임상은 내년에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국내 제약 역사상 단일 항암제 기술수출 규모로는 최대다. 앞서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 5조원대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지만, 이는 세 가지 물질에 대한 계약이었다.
◆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결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수출이 유한양행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유한양행은 2015년 이정희 사장이 취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쳤다.
회사는 바이오니아, 제넥신 등 국내외에 기술력이 뛰어는 바이오벤처들에 투자를 하고, 신약을 공동개발했다. 외부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조달해, 단시간에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한 것이다.
최근 3년간 유한양행의 외부 지분 투자는 2000억원에 육박한다. 2015년초 9개였던 유한양행의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은 지난 9월 기준으로 24개로 늘어났다.
이번에 기술수출한 레이저티닙도 유한양행이 2015년 7월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사들인 물질이다. 이후 유한양행은 제노스코와 레이저티닙을 공동개발했다.
이에 유한양행은 앞으로 얀센으로부터 받을 총 기술수출금액의 40%를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에 배분해 지급할 예정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한양행은 복제약과 도입약으로 성장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유한양행은 이에 벗어나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쳤다"며 "덕분에 짧은 시간 내에 R&D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레이저티닙, '타그리소' 꺾을 수 있을까
다국적 제약사 얀센이 선택한 레이저티닙이 앞으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질병으로, 국내 암 사망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레이저티닙이 사용되는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질병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약 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저티닙의 가장 큰 경쟁약은 지난해 출시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다. 타그리소는 이미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시판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환자에게 투약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 건강보험 급여를 받았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올리타'를 개발하던 한미약품도 사실상 타그리소에 밀려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레이저티닙이 타그리소의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유한양행이 세계폐암학회에서 레이저티닙의 임상 1·2상 중간결과를 발표한 결과, 임상효능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레이저티닙은 기존 EGFR-TKI 치료제에 대해 내성(T790M 돌연변이 포함)을 가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64%를 기록했다. ORR은 병이 낫는 환자비율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부작용 발현 등의 지표도 레이저티닙이 타그리소보다 좋다"며 "약값, 1차 치료제 인정 여부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면 레이저티닙과 타그리소의 경쟁력이 비등할 것"이라고 했다.
k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