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두 명이 중국 공산당의 정통 노선에 반기를 들고, 무역전쟁의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누르기가 아니라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발전 모델에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의 주장은 중국 정책 전문가들과 관료들 사이에서 개혁주의자들과 국가 통제주의자들 간 대립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미국이 중국에 가하는 관세가 전혀 근거 없는 공격이 아니라 중국의 불공정한 정책에 대한 타당한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장웨이잉(張維迎·59) 중국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강연에서 “1978년 이후 중국의 경제 부상은 중국만의 개발 모델의 결과가 아니라며, 중국 경제발전에 대한 이같은 그릇된 해석이 서방 세계의 경계심을 자극해 현재 무역 분쟁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의 관점에서 중국식 모델 이론은 중국을 경계해야 할 외부인으로 만들어 중국과 서방 간 분쟁의 씨앗이 될 뿐”이라며 “현재 우리가 처한 비우호적인 국제 환경은 지난 40년 간 중국 경제 발전의 원인을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서방국들이 보기에 중국식 모델이란 ‘국가 자본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공정 무역과 세계 평화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의 강연록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웹사이트에 공개된 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강연록은 웹사이트에서 삭제됐다.
중국 지도부가 시장 개혁에 열을 올렸던 2002년 당시만 해도 장 교수는 중국 관영TV 중앙전시대(CCTV)가 ‘올해의 경제학자’로 꼽을 만큼 주목을 받았고, 2006년에는 베이징대 광화 MBA 학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교수진들 사이에서 그의 정치적 충성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장 교수는 주류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성훙(盛洪) 톈쩌(天則)경제연구소(Unirule Institute of Economics) 소장은 중국이 자유시장과 열린 무역을 지향하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을 저버리고 있어 서방과 충돌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소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중국어판 웹사이트와 톈쩌연구소 웹사이트에 게재한 번역문을 통해 “중국 개혁·개방은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굳은 약속”이라며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통해 미국뿐 아니라 서방 세계와의 이데올로기 충돌을 해소해 양측의 가치를 서서히 융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톈쩌연구소는 1993년에 자유주의 사상의 중심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설립됐으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지도부의 눈 밖에 났다.
지난해 10월 연구소는 베이징 본부에서 쫓겨났고 올해 7월에는 새 본부에서도 임시로 강제 퇴거 조치를 받았다. 10월 초에는 베이징 시 당국이 연구소의 법인등기를 말소하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연구소가 제공하는 강습이 승인된 사업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에서였다.
베이징 소재 거시경제 리서치기관인 GK드래고노믹스의 앤드루 뱃슨 이코노미스트는 FT에 “이들의 주장이 놀랍지 않다. 이들은 저명한 학자들이지만 중국 주류 학계에서 벗어난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금 시점에서 이러한 주장이 나온 것이 흥미롭다. 이들의 주장이 온라인으로 확산되는 것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여파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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