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아너스 기술탈취 적발
정평화 대표 등 3형제 검찰고발
공정위, "손해 3배소 첫 사례 전망"
기술뺏긴 하청업체, 눈물의 호소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박근혜 정부 당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공장을 방문하는 등 아이디어 성공기업의 표상이던 중소업체 아너스가 ‘기술탈취’ 업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철화 아너스 사장이 6년여의 연구개발을 통해 내놨다던 히트상품 ‘전동 물걸레청소기’의 핵심 부품은 추후 영세하청업체 기술을 훔친 ‘기술탈취 성공신화’였던 셈이다.
아너스의 기술탈취를 적발한 공정당국은 정평화 대표이사와 정철화 이사, 정운화 전무 3형제를 검찰고발키로 했다. 특히 하도급법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 만큼, 손해 3배 배상의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아너스에 대해 시정명령 및 정액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아너스 법인과 정 씨 3형제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지난 2014년 10월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소재 수출 중소기업 아너스를 방문, 정철화 아너스 대표와 전동 물걸레 청소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공정위에 따르면 아너스는 청소기의 주요부품인 ‘전원제어장치’를 제조·납품하는 A하도급업체가 납품단가 인하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2016년 11월부터 2017년 6월 기간 동안 하도급 업체의 ‘전자회로의 회로도’ 등 기술자료 7건을 하도급업체의 경쟁업체 8곳에 제공했다.
‘전원제어장치’는 해당 청소기의 ‘뇌’에 해당하는 부품이다. 기술자료 7건도 ‘전원제어장치’를 제조하는 과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이를 제공받은 경쟁업체는 기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을 대폭 절약하는 등 기존업체보다 낮은 단가의 납품이 가능해진다. 경쟁업체 6곳은 아너스에게 견적서를 주고 이 중 1곳이 유사 부품의 샘플을 제공했다. 유사 부품은 기존 부품과 기술상 거의 동일한 제품이었다.
결국 납품단가 20% 인하압박을 받아온 A하도급업체는 경쟁업체의 최저 견적가격과 일치한 납품단가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연간 영업 이익률 2%대를 유지하던 A하도급업체는 7개월 동안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지난해 8월 영업 손실(-8.5%)로 납품을 중단했다.
아너스의 기술탈취 과정을 보면, 이 업체는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6월 기간 동안 총 19회에 걸쳐 전원제어장치 총 18건의 기술자료를 가져갔다. 이 중 유용한 기술은 7건이다.
아너스는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자 가격 적정성 검토, 제품 검수 등을 위한 기술자료 요구였다고 해명했다.
공정위 측은 이에 대해 “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의 납품단가를 인하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하지 않는다”며 “제품 검수 과정에서 실제 기술자료 활용을 입증 못했고, 제품의 작동 여부만을 판단했다. 기술적 검수는 모두 하도급업체에서 실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지난해 9월 신설된 공정위 기술유용 사건전담 TF의 외부 전문가인 기술심사자문위원회 5명(교수1, 연구원2, 변리사2)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자료 기술성 및 기술자료 유용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성경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 과장은 “이 사건 피해 업체는 기술유용 결과 입은 손해에 대해 3배 배상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사실관계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에 제공하는 등 피해 업체의 민사소송 과정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너스 전동 물걸레청소기 [출처=공정거래위원회] |
성 과장은 이어 “소송 결과 3배 배상 판결이 확정된다면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적용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며 “선례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기술유용 등 하도급법 위반을 방지하는 효과가 크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피해 당사자인 A하도급업체 대표는 “난 엔지니어였다. 어렵게 핵심부품을 개발하고도 기술유용을 당해 경영난에 처했고 15여명의 직원들은 떠나갔다. 회사는 개점휴업 상태”라며 영세하도급업체의 기술보호를 호소했다.
한편 2012년부터 지난해 기간동안 아너스 전동 물걸레청소기는 횸쇼핑·인터넷 쇼핑을 통해 110만대(1000억원 상당)가 판매됐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