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스 "중국, 이보 전진 위한 일보 후퇴 택할 듯"
"중국, 아직은 미국 적수 안 되지만 장기적 강대국 부상은 자신"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중국이 내달 진행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제시할 무역 관련 양보안을 준비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22일(현지시각) 태국 언론 ‘아시아타임스(Asia Times)’는 논평에서 중국이 경제 강대국이라는 장기적 목표 달성을 위해 일단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한발 물러서는 방안을 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이 무역 갈등 해소를 위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중 관세를 완화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며 중국이 더 많은 고통을 받길 원한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기술 산업 부문에 있어 자급자족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기 위한 일부 정부 계획들을 연기해서라도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요구사항을 일단 들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중국은 현재 연 9000달러 수준인 1인당 소득을 앞으로 10년 동안 다섯 자릿수로 끌어 올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데,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이러한 목표 달성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데이빗 골드만 아시아타임스 논평가는 중국이 이러한 장기적 경제 목표는 수정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국 산업 정책 변화에 대한 미국의 요구 조건을 들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심기를 가장 많이 건드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산업진흥 정책인 ‘중국 제조 2025’인데, 중국 관계자들은 이 정책에서 한발 물러서면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살리면서 자국 산업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와 관련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중국 국가 싱크탱크 간 논의를 위해 ‘중국 제조 2030’이란 제목의 정부 계획 초안이 공개된 것도 그러한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일부 정부 자문관들은 2025년보다 2035년을 목표 시한으로 잡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골드만 논평가는 이름만 달라질 뿐 실질적인 정책 내용은 거의 같다고 강조했다.
◆ 美 적수 되기엔 아직 이른 중국
[캡쳐=바이두] |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국에 대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은 중국이 세계 무역 체제를 흔들려는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이용하려 하고 있지만, 분명 외교 부문에서는 중국의 힘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언어 능력이나 해외 경험에 비추어 중국 협상단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중국이 외교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서도 군사나 공산당 조직을 통해 힘을 키울 수 있었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다면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경제 공세에 심히 놀랐으며 이로 인한 결과가 어떨지 확신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강대국처럼 행동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미국도 2차대전이 지나고서야 강대국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인데 아마도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지금보다 강력한 강대국 역할을 해내려면 2035년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은 장기적으로는 역사적 균형추가 아시아로 기울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으며, 중국의 자기적 경제 방향에도 확신을 갖고 있다.
중국 전략가들 상당수는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시점이 2025년이 될지, 2030년 혹은 2035년이 될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인 만큼, 미국과의 긴장 완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이 만족할 만한 양보안을 제시할 용의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