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분양 받은 사실 고지 않고 원 분양가 대비 전세 임대
1·2심 “임차인들 고의로 속였다고 보기 어려워”…무죄 판결
대법 “할인 분양 여부 고지 안 한 것도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할인 분양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정상가 대비 전세금을 책정해 전세 임대를 하는 것 역시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받은 민모 씨 등 분양대행업체 임직원 4명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sunjay@newspim.com |
재판부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이란 재산상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정보를 사전에 알았다면 거래를 하지 않았을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고지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고지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을 기망한 게 되어 사기죄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전세 임대인들과 부동산업자가 임차인들에게 할인 분양 여부와 실제 분양가액 등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사기죄에서의 기망 행위에 해당하고,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에도 충분하다”며 “원심은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 환송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2011년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52세대를 시공사로부터 원 분양가보다 30% 저렴하게 매입했다. 하지만 분양이 되지 않자, 허위 매수인을 모집해 매매계약서상에는 원 분양가로 매수한 것처럼 한 ‘업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뒤 시중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 230억원 가량을 받아 시공사에 지불할 금액을 충당했다.
이들은 이후 허위 매수인들과 공모해 전세 임차인들에게 할인 분양 여부를 고지하지 않고 임대를 해 전세금 차익 등으로 14억5000만원의 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전세 세입자 중 11가구는 경매에 넘어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퇴거조치 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고의로 은행과 전세 임차인을 속이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전세 임차인들에게 30% 할인된 가격에 분양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기망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임대차계약을 중계한 부동산업자와 공모해 피해자들을 고의로 속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업 계약서로 뻥튀기 대출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할인 분양을 고지하지 않고 전세 계약을 한 것은 기망에 해당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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