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엇박자 속 위안화 약세 우려 지적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해 일단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각) 공개한 반기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주요 무역 파트너국가들 중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기준에 부합하는 곳은 없다면서, 중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재무부는 독일, 일본, 스위스, 한국, 인도와 함께 중국을 ‘관찰 대상국’에 올리면서, 중국 당국이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위안화 약세 우려 지적
재무부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한 기준을 3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중국이 이 3개의 기준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미지정 이유를 밝혔다.
중국 위안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재무부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려면 ▲대미 무역흑자 최소 200억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 규모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지속적인 환시 개입이라는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다만 재무부는 최근 위안화 약세가 미국의 무역 적자 상황을 악화시킬 전망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재무부는 미국의 무역 파트너국들이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 호혜적인 무역을 가로막는 불공정 장벽을 무너뜨리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의 통화 투명성 부재와 최근 위안화 약세는 우려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더욱 공정하고 균형 잡힌 무역을 가로막는 중대 장벽”이며 “미국은 인민은행과의 논의를 지속하는 등 중국의 환율 시스템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또 “중국이 환시 개입 여부 공개를 계속해서 꺼리는 데 심히 실망스럽다”면서 중국이 가계 소비 성장세를 확대하고 투자로부터 자국 경제 균형을 재조정하도록 거시경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9% 넘게 떨어졌고, 지난주에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에 바짝 다가서며 불안감을 키웠다. 위안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 5월 14일 달러당 7.0026위안을 기록한 이후 6달러 선을 유지해 왔다.
◆ 트럼프와 ‘엇박자’…무역전 격화는 일단 막아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 재무부 보고서가 최근 위안화 약세에 비판 수위를 높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대비되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즉각적인 제재 조치나 미국의 처벌 조치가 촉발되지는 않았겠지만, 양국의 무역 갈등이 더 악화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일단 시장은 이번 보고서 내용을 안도 요인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크레디트스위스 외환전략 대표 샤하브 자리누스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근거를 찾았더라면 시장 심리는 더욱 악화됐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미지정으로) 일단 시장은 신흥시장 리스크에 대해 다소 안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다는 비판을 받고는 있지만 사실 7위안이 위협받은 뒤로는 중국이 오히려 위안화 방어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 전략가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환율조작국 미지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역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9243위안으로 0.1% 정도 위안화 가치가 올랐으며,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0.5% 상승해 지난 3일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