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뉴욕증시가 간밤 8개월 만에 최악의 낙폭을 기록하고 아시아 증시도 동반 폭락한 데 이어 유럽 증시도 초반 18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 증시 초반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증시는 이미 낙폭을 2%까지 키웠다. 앞서 아시아 증시는 훨씬 가파르게 하락했다. MSCI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3.6% 빠지며 2017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주요 지수들은 5% 이상 폭락했다.
이에 따라 24개 신흥국 증시를 추적하는 MSCI 신흥시장 지수는 2016년 초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고, 전 세계 47개국 증시를 추적하는 MSCI 전세계지수는 2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대대적인 글로벌 매도세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주식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다고 말하면서 촉발됐다. 이번 매도세로 글로벌 자산 수천억 달러가 증발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3.9% 내리며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일일 낙폭을 기록했고, 토픽스 지수는 3.5% 빠지며 시가총액이 2070억달러(약 236조원) 가량 증발했다.
중국 상하이 증시는 2016년 2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하며 2014년 말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만 증시는 6.3%, 한국 코스피 지수는 3.8% 각각 급락했다.
유럽 트레이더들은 주식을 버리고 독일 등 고등급 국채로 달아나고 있다.
UBP의 거시경제 및 외환 전략가인 쿤 초우는 “위험자산 수요와 미국 대형주와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매도세에 더욱 취약한 상태가 됐다”고 진단했다.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증시 폭락이 건전한 조정인지,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빙산의 일각일 뿐인지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전했다.
10월 11일 상하이종합지수 추이 [사진=텐센트재경] |
▲ 여기저기서 곡소리
글로벌 증시가 이처럼 갑자기 고꾸라지자 이날 발표될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더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간밤 미국 S&P500 지수는 2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해 시가총액이 8500억달러(약 971조원) 증발했다. 수요 둔화 우려로 기술주들이 폭락했다.
전날 S&P500 지수는 3.29%, 나스닥지수는 4.08%, 다우지수는 2.2% 각각 하락 마감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연준이 미쳤다”고 말하며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비난했다.
지난주 연준 정책위원들의 매파 발언이 이어지며 미 국채 매도세가 촉발돼, 국채 수익률이 7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 또 다른 화약고 위안화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신흥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과 무역전쟁 와중인 중국 위안화에 대한 매도세가 강력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점진적 절하를 용인해 미 1달러당 6.9위안이 뚫려, 투기세력들의 위안화 하락 베팅이 더욱 거세졌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자 다른 신흥국 통화들도 경쟁적으로 하락해, 미국 정부는 이를 불공정한 절하라고 비난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주요10개국(G10) 담당 외환전략 헤드인 앨런 러스킨은 “위안화는 이미 관세전쟁 여파를 상쇄할 정도로 대폭 절하됐다. 여기서 더 내리면 자동적으로 자본 유출로 이어지고 중국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환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경상수지가 강력한 국가의 통화로 몰리면서 미달러는 유로와 엔 대비 하락하고 있다.
상품시장에서는 금이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목하고 소폭 내리고 있으며, 유가도 미 증시를 따라 동반 하락 중이다.
미 1달러당 중국 위안화 환율 1개월 추이 [자료=블룸버그 통신] |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