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 국채 보유량’ 줄이고 ‘금 보유량’ 늘려
무역전 금융전쟁으로 비화 장기전 대응 차원
[서울=뉴스핌] 이미래 기자 = 무역에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환율 금융으로 확대, 무역전쟁이 아닌 금융전쟁의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 미국의 공세에 위협을 느낀 중국은 외환보유고의 달러화 비중을 낮추고 금 보유량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중국의 금 보유량은 1842.6톤(t)으로 2007년 말(600t)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분기(1054t) 대비 75%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이로써 중국은 6월 기준 세계 전체 국가중 금 보유량 7위를 차지했다.
중국 경제 매체 둥판차이푸왕(東方財富網)은 “중국 러시아 터키 등 미국과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며 “달러 강세에 따른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금괴 금화 등 금 매입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달러화의 기축통화 입지에 못마땅한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온 러시아는 최근 공격적으로 금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달러 기축통화 시대가 종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4~5월 보유 중이던 미국 국채의 80%를 매각한 이후 7월 한 달 사이 26t이 넘는 금을 사들였다. 지난 4월 덴마크 최대 은행 단스케방크(Danske Bank)의 블라디미르 미클라셰프스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의 증가에 따라 배분 변화를 위해 미국 국채를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세계금위원회 6월 통계 기준 1944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러시아는 현재 2000톤이 넘는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둥판차이푸왕은 “계속되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 등 불안정 요인까지 더해져 ‘대피소’를 찾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체는 “특히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위협을 느낀 중국이 앞으로의 금융전쟁을 대비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미국 금리 인상 및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압박에 대응, 기축통화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안전자산 ‘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는 “결국 안전장치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6월까지 중국의 금 보유량은 1842.6톤(t)으로 2007년 말(600t)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 [사진=바이두] |
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을 이어가는 미국의 경제에 대한 우려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둥판차이푸왕은 “계속적인 금리 인상에 미국의 재정 적자 및 국가 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금 보유량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또 경제 금융 포탈매체인 시나(Sina, 新浪)는 금 매입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과 관련해 지난해 9t에 달하는 금을 사들인 폴란드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매체는 “지난해 폴란드 정부의 금 보유량이 9t 가까이 증가했다”며 “미국의 통상압박에 벗어나 있는 국가들도 ‘금 모으기’에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각국의 금 보유량 증가는 달러 위주로 형성된 글로벌 화폐 시스템이 예전과 같은 신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 보유량은 이미 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이 외환보유액의 금 보유량을 늘리는 등 달러화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
leem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