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14일 '최근 경제동향 8월호' 발간
건설·설비투자 부진 지속…고용 애로 여전
소비 증가·수출 플러스 전환 등 일부 긍정
정부 "추경·소비쿠폰 집행 등에 역량 집중"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8월 경제 진단에서 올해 들어 줄곧 반복해 온 '경기 하방압력' 표현을 처음으로 제외했다. 지난달까지도 수출 둔화 우려와 내수 회복 지연을 근거로 경기 하방 압력이 여전하다는 평가를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소비 증가 전환과 심리 개선을 함께 언급하며 상·하방 요인이 균형을 이루는 국면으로 해석했다.
또 정부는 소비심리 회복세가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추가경정예산(추경) 기대감, '민생회복 소비쿠폰' 집행 등과 맞물려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수출 둔화 우려와 대외여건 악화 가능성은 여전히 경계했지만, 소비가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긍정 신호를 근거로 경기 진단의 어조를 일부 완화한 셈이다.
◆ '수출 둔화' 우려 속 일부 낙관 평가…"긍정적 신호도 나타나는 모습"
기획재정부는 14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 회복 지연과 취약 부문 중심 고용 애로,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정책 효과 등으로 소비가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향후 경기 회복에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에 대해서는 "주요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교역·성장 둔화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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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
이번 8월호는 지난 6월호와 비교해 어조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인 6월호에서는 '회복'이나 '안정' 같은 낙관적 표현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지만, 7월호와 8월호에서는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포함됐다.
여전히 건설투자 부진과 수출 둔화 우려를 전제로 하지만, 일부 지표의 반등을 경기 전망의 근거로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평가 어조가 다소 완화된 셈이다. 이는 정부가 경기 진단의 기조를 엄격한 하방 위험 경고에서, 제한적이지만 회복 가능성을 언급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이동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조성중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그동안은 하방 요인이 뚜렷해 경기 하방압력이란 표현을 써왔지만, 이번에는 상·하방 요인이 비슷하게 존재하는 상황을 반영해 해당 표현을 뺐다"며 "대외여건이 여전히 어렵고 수출 둔화 가능성도 남아 있으나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추경 기대감, 소비쿠폰 집행 효과 등으로 소비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최근 한국과 미국 정부 간 타결한 관세 협상도 보다 낙관적 진단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조성중 과장은 "관세 협상 타결이 불확실성을 다소 완화한 측면도 있다"며 "이번 진단은 부정적 요인만을 강조하기보다, 건설투자 등 하반기 경기 흐름에 영향을 줄 긍정적 신호들도 함께 반영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그린북 10~11월호에서는 '물가 안정세 확대'와 '경기회복 흐름 지속',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등의 긍정적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호에서도 '물가 안정세 유지'라는 평가를 담았으나, 이를 제외한 낙관 표현들은 모두 제외했다.
이후 올해 그린북 1월호부터는 희망적 표현들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2~6월호를 발간하는 동안 '내수 회복 지연'과 '고용 애로 지속' 등 새로운 비관 표현들을 담아냈다. 특히 5월호부터는 '수출 둔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그동안 수출 회복세가 경기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사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판단이 보다 보수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재부는 이번 그린북을 통해 "추경을 신속히 집행하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소비·지역경제 등 내수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범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 지원 등 통상 리스크 대응에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생산·소비·수출 '청신호' vs 건설투자·고용 '적신호' 등 온도차 뚜렷
최근 경제 지표는 생산·소비·수출 부문에서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설비·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취약부문 고용 한파가 지속되는 등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2%, 전년 동월 대비 0.8%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호조에 힘입어 전월·전년 동월 모두 1.6% 늘었고, 서비스업도 0.5%와 1.8% 각각 증가했다. 건설업은 전월과 비교하면 6.7% 늘었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2.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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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6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3.7% 감소했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대외 리스크를 고려해 설비 확충에 신중해진 모습으로 풀이된다. 기계류 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14.9% 늘어난 사실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국내 공공 부문 기계수주가 20.6% 크게 줄면서 증가폭을 끌어내렸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업황 호조와 자동차·일부 IT 품목의 강세로 전년 동월 대비 5.9%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액도 2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5.9% 늘었다. 무역수지는 66억1000만달러 흑자로 6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미국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 반영될 경우 향후 흐름은 다시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6월 소매판매는 준내구재(4.1%)와 비내구재(0.3%)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10.8로 전월보다 2.1포인트(p) 올랐다.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과 카드 승인액 증가 등이 심리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둔화와 석유류 가격 하락 전환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전달(2.2%)과 비교하면 오름폭이 소폭 둔화했다. 추세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2.0% 오르면서 안정적 흐름을 유지했다. 생활물가지수는 농축수산물 상승 등에 영향을 받아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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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취업자 수는 2902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7만1000명 늘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4%로 전년 동월보다 0.1%p 상승했다. 반면 실업률은 2.4%로 0.1%p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보건·사회복지(+26만3000명) 등 서비스업 중심으로 늘었지만, 제조업(-7만8000명)과 건설업(-9만2000명)은 감소세가 계속됐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5만8000명 줄면서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의 이번 진단은 경기 부진 신호와 회복 조짐이 혼재된 상황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내수 회복과 수출 증가세가 당분간 유지된다면 경기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미국 관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과 같은 대외 변수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지목된다.
조성중 과장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대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되며 소비자 심리가 점차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관세 등 불확실성을 주시하면서 추경 집행과 소비쿠폰 등을 통한 내수 활성화와 기업 피해 대응 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