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에 운동화 차림... 고급세단 처분하고 승합차 이용
[안동=뉴스핌] 김정모 기자 = 이철우 경상북도지사 취임 후 100일 간 경북도청에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도지사가 의전보다 일, 형식보다 실용, 권위보다 소통을 앞세우는 리더십을 보이면서 파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철우 경북지사(왼쪽 두번째)의 대민 현장 접촉행정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사진=경북도] |
이 도지사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도지사 집무실 출입문을 활짝 연 것이다. 그동안 닫혀 있는 여러 개의 문을 지나야만 만날 수 있던 도지사를 복도에서 한 번에 걸어 들어가 만날 수 있게 했다. 자신의 집무실 한 칸을 줄여서 카페 형태의 ‘도민사랑방’도 만들었다. 밤새도록 도청을 화려하게 밝히던 조명들도 전기료 절약을 위해 대부분 소등토록 했다.
의전과 격식은 대폭 줄였다. 첫 직원조회에서 이 도지사는 스스로를 ‘4년 임시직 신입사원’으로 소개하며 직원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이 도지사가 도청 간부들에게 “의전이 아니라 일을 하라”고 지시하면서 행사장에서 간부들이 도지사 뒤를 따라 우루루 수행하던 장면도 사라졌다. 도청 주최 각종 행사장에는 사회기관단체장들의 지정석이 사라지고 참석한 도민들과 함께 자유롭게 앉도록 바뀌었다.
홈페이지에는 ‘도지사에 쓴소리’코너를 만들었다. 이곳을 통해 도청신도시에 시공 중인 환경에너지종합타운 반대 민원이 쏟아지자 이 도지사는 설명회를 개최하도록 지시하고 민원인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젊은 직원들과 수시로 간담회를 갖고 메신저로 소통하기도 한다. 종종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모습도 보인다.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고충의 글에 도지사가 직접 답글을 올려 직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간부회의 방식도 변했다. 보고와 지시 위주였던 간부회의에 주제별 토론이 도입됐다. 최근에는 저출생 문제를 주제로 간부들 간에 치열한 토론이 오가고 젊은 직원들과의 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는 특유의 스타일은 여전하다. 당선인 시절 인수위를 구성하지 않고 6차례의 현장 토론회를 열었던 이 도지사는 취임 이후에도 발로 뛰는 현장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청와대, 각 행정부처, 국회는 물론이고 포스코, SK, LS 등 기업들도 찾아다닌다. 도내 가을걷이 현장, 송이버섯 채취현장, 산업단지와 전통시장 등 곳곳의 민생 현장도 누빈다.
이를 위해 매일 아침 5시 무렵 일어나 자정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이 도지사의 차량이 100일 만에 2만4000km 이상을 달릴 정도의 강행군이다. 동과 서로 하루에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날도 많다.
점퍼에 운동화 차림으로 승합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도 파격적이다. 으레 정장에 구두를 신고 고급 세단에서 내리는 ‘높으신 분’을 생각하던 도민들이 이 도지사를 만나고는 깜짝 놀란다. 이 도지사는 도청과 서울, 대구에 있던 도지사용 고급 세단을 모두 처분하라 지시하고 국산 승합차 한 대만 사용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폐쇄적이고 수직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으로는 경북이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며 “과감한 개방, 수평적 소통, 일 중심의 실용주의로 경상북도의 숨어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kjm20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