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 북미 3개국의 새로운 무역 협정 합의에 따라 자동차 업계가 대규모 관세 부담을 모면했지만 공급망 혼란과 비용 상승을 포함한 잠재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토요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 수출용 차량을 생산하는 유럽과 일본 자동차 업계가 이른바 USMCA(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로 인해 새로운 난관을 맞게 됐다.
비관세 차량의 상한선 제도와 부품 관련 규정이 유럽과 일본 자동차 메이저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협정에서 북미 3개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의 관세 면제 대상을 각각 연간 260만대로 제한하는 상한선을 설정했다.
이 기준을 넘어서는 물량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어 자동차 업체들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조사 업체인 LMC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뒤 미국에 수출된 자동차는 총 230만대로 파악됐다. 캐나다 공장의 수출 물량은 180만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가운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된 제품의 비중이 약 25%에 달한 셈이다.
캐나다 수출 물량의 경우 비관세 상한선인 260만대를 가까운 시일 안에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멕시코는 사정이 다르다. 글로벌 메이저들이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이에 따라 생산 물량이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한선에 걸리지 않기 위해 자동차 메이저들이 뜨거운 판매 경쟁을 벌이는 한편 미국 수출 차종을 축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세 면제를 위한 북미 지역 부품 비중을 종전 62.5%에서 75%로 대폭 상향 조정한 내용도 유럽과 일본 자동차 업계에 상당한 악재다.
도요타와 닛산을 포함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공장을 둔 일본 업체들은 상당 물량의 부품을 일본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 BMW를 포함한 유럽 제품은 유럽 부품이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의 비관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부품 공급 노선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엔진을 포함한 핵심 부품을 북미 지역에서 생산하려면 비용이 눈덩이로 불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유럽과 일본에 둔 생산 라인에 커다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관세 면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간당 임금 기준을 16달러로 높인 것은 멕시코의 값싼 인력에 의존하고 있던 글로벌 자동차 메이저들 전반에 커다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도쿄 소재 자동차 부문 애널리스트인 나카니시 다카키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번 북미 지역 무역 협정이 자동차 업계에 대한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며 “이와 함께 새로운 불확실성도 불거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멕시코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32% 가량은 미국 비관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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