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반품할 수 있는 조건 '특약매입' 거래 비중 73% 달해
백화점 업계 "한국 백화점은 유통업자 아닌 매장 임대관리자"
이태규 "경기불황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상생방안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2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이 ‘을’인 협력업체에 재고 물품을 떠넘기는 갑질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4년간 대형 백화점 3사 중 현대백화점의 ‘갑질 계약’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3사의 특약매입 거래 매출 비중은 2016년 71%에서 지난해 73%로 증가했다. 3사의 전체 거래 10건 중 7건 이상이 특약매입 거래라는 의미다. 2014년 78%이었던 특약매입 비중은 잠시 감소했지만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특약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백화점으로 최근 4년간 평균 84%에 달했다. 이어 신세계백화점(72%), 롯데백화점(69%)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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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구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찾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특약매입’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매입한 상품 중 판매되지 않은 상품을 반품할 수 있는 조건으로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외상 매입하고, 상품판매 후 일정률이나 일정액의 판매수익을 공제한 상품판매대금을 납품업자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거래다. 백화점은 판매되지 않은 상품은 반품할 수 있어 판매부진 등에 대한 손실이 전혀 없다.
‘직매입’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매입한 상품 중 판매되지 않은 상품에 대한 판매책임을 부담하고 납품업자로부터 상품을 매입하는 형태의 거래다. ‘임대을’은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임차료로 지급할 것을 조건으로 매장 일부를 임차하는 형태의 거래다.
백화점과 달리 대형마트 3사는 직매입 비중이 높았다. 이마트의 직매입 비중이 80%로 가장 높았고, 대형마트 3사 평균 특약매입 비중은 17%다. 또한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에서는 직매입이 보편적이다. 미국은 직매입 비중이 80~90% 선으로 상품에 대한 소유권, 상품 판매책임과 재고책임이 백화점 몫이다.
이태규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이미 백화점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문제다. 한 대형백화점 관계자는 “직매입은 리스크가 크다. 그렇다면 백화점 입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매입해야 하는데 그럴 안목을 가진 사람도 별로 없다”며 “지금 백화점은 상품을 유통하는 게 아니라 매장을 임대해주는 역할만 하는, 임대관리자라고 봐도 된다. 그게 지금 우리나라 백화점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공정위 역시 대형백화점 3사의 특약매입 비율이 과도한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법률상 제재규정이 없어 적극적인 조치는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게 이태규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매출 상승을 이어가는 백화점들이 여전히 재고 부담과 책임을 을인 납품업체에게 전가시키는 특약매입 거래를 고수하고 있다”며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업체를 위해 이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