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 입점업체 영업시간 구속 '위법'
공정위, 과징금 부과기준 마련…9월부터 시행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 백화점 한쪽 코너에 작은 음료 점포를 임차한 이 모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일찍 문을 닫으려했지만, 백화점 담당자로부터 거센 핀잔을 들어야했다. “백화점 영업시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입점점포가 문을 닫으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주변 영업에도 지장을 초례한다”며 제약을 뒀다. 이 씨는 할 수 없이 장사를 하는 것처럼 매장 정리를 놔둔 채, 병원행을 택했다. 하지만 백화점 측은 입점계약 위반으로 계약해지를 운운하며 ‘경고성’ 발언을 들어야했다.
# 대형마트에서 빵집을 운영 중인 김 모씨도 질병 치료를 위해 이틀 정도 문을 닫으려했지만, 마트 측으로부터 저지당했다. 빵을 사러오는 손님들이 많은데 마트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점포주인 겸 제빵사였던 김 씨는 할 수 없이 유통기한이 남은 빵을 진열한 채 병원을 찾아야했다.
앞으로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행위를 저지른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공정당국으로부터 과징금 처벌을 받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을 신설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 개정안을 30일부터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20일 간 행정예고에 들어가는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 신설은 9월 14일 시행 예정이다.
대형마트 입점업체 전경 [뉴스핌 DB] |
개정안을 보면, 대형유통업체가 입점업체의 영업시간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경우 별도의 위법행위로 판단한다.
즉, 매장임차인은 질병의 발병과 치료의 사유로 대규모유통업자에게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허용하지 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과기준에 따라 과징금 처벌을 받게 된다.
위반행위 유형 요소에는 중대성 평가를 ‘하’로 규정했다.
공정위 측은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행위의 경우 입점업체의 금전적 손실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기보다는 영업에 대한 의사결정만을 구속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그 피해의 범위도 개별 업체에 국한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공정거래질서를 저해시키는 정도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및 파급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은 ▲위반행위 유형 ▲부당성·거래조건 악화 ▲납품업자 등의 수 ▲위반행위의 수 ▲매출액 ▲관련 매입액 등 6가지 요소의 각각 중대성(상·중·하)을 평가, 반영하고 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경영정보 제공 요구’ 행위에 대해 정률과징금이 아닌 정액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변경했다. 중대성이 큰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현행 6가지 요소 이외에도 ▲경영정보 요구 방법 ▲취득한 정보의 내용과 양 ▲정보요구 횟수 ▲정보요구 기간을 추가 고려키로 했다.
법위반행위에 관련된 매입액 또는 임대료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 부과하는 정액과징금 산정방식도 ‘관련 매입액 등’의 요소를 산정 기준에서 삭제했다. 단, 해당 가중치(0.1)는 ‘부당성·거래조건 악화’ 요소에 0.1올린 0.4로 상향했다.
문재호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이번에 행정예고한 과징금고시 개정안이 확정·시행되면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합리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8월 20일까지 행정예고 기간 중 이해 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월 14일부터 개정 고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ud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