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립 정부가 27일(현지시간) 향후 3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4%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EU)의 재정적자 감축 요구와 이를 존중하기를 원했던 무당파 인사 조반니 트리아 재정경제부 장관의 의사를 거부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과 '동맹' 대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트리아 장관 등 정부 주요 각료들과 이날 로마에서 오후 11시경 회동을 마치고 공동 성명을 통해 "전체적인 정부 내에서 2.4%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며 "우리는 만족한다. 이는 변화를 위한 예산"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연립 정부를 구성해 집권한 오성운동과 동맹은 자신들이 내걸었던 여러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2.4%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추진해왔다. 트리아 장관은 당초 내년 재정적자를 최소 1.6%로 설정하길 원했으나 늘리는 쪽으로 입장을 서서히 바꿨다. 그럼에도 2.0% 밑으로는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이날 성명에서 언급된 2.4%는 2019년 재정적자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폰소 보나페데 법무장관 등 관리들은 2021년까지 3년에 걸쳐 이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재정적자 0.8%, 2020년 균형재정을 목표했던 이전 중도 좌파 정부와는 확연한 차이다.
2.4%의 재정적자는 EU 규정인 3.0%를 넘어서는 건 아니지만 이탈리아는 EU 측에 대규모 부채 억제를 위한 재정적자 감축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집권한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은 감세와 복지 지출 증가 등을 포함한 과감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빈곤층을 위한 기본 소득과 은퇴 연령 단축에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트리아 장관이 살비니와 디마이오 부총리의 계획에 저항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둘의 계획이 관철됨에 따라 시장이 한바탕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 위험 컨설팅회사 폴리시소나의 프란세스코 갈리에티 책임자는 "시장은 오늘까지 트리아의 정치권 제어 능력에 베팅했다"며 하지만 "그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아르만도 마로치 분석가는 "지금부터 이탈리아에 힘든 일이 있을 것"이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이런 예산을 거부할 것이며 다음달에는 신용평가기관들이 이탈리아 국채 신용등급을 하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겸 부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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