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가 10년에 걸쳐 황소장을 연출하는 사이 주가 폭락에 베팅한 헤지펀드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수 년간 고집스럽게 비관론을 앞세운 데 따라 눈덩이 손실이 발생한 한편 기존의 고객들이 발을 빼면서 타격이 더욱 심각해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과 무역 마찰이 한층 고조된 데다 2020년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지만 주가가 지치지 않는 상승 탄력을 지속, 헤지펀드 업계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런던 소재 5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업체 파사나라 캐피탈의 프란체스코 필리아 대표는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우리의 분석이 적중 한다면 앞으로 주가으로 수익을 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현금과 숏베팅 이외에 다른 전략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운영하는 펀드의 자산 규모는 1억6000만달러에서 1억달러로 급감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부풀려졌던 자산 가격이 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대로 빗나간 결과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사이클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데다 무역전쟁에 미국 주식으로 투자 자금이 몰려 들었다.
상황은 다른 헤지펀드 업체도 마찬가지다. 오디 애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핀 오디 대표 파트너는 “강세장이 지나치게 늙었다”며 테슬라와 소매 섹터를 중심으로 하락 포지션을 취했다.
비관론을 앞세웠다가 펀드는 3년간 반토막에 이르는 손실을 떠안았다. 여기에 고객들이 이탈하면서 자산 규모는 4년 전 17억유로에서 최근 2억유로로 줄어들었다.
자산 규모 9억달러의 호스맨 캐피탈 역시 IT와 부동산 주식의 하락을 겨냥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가 눈덩이 손실을 봤다.
하지만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하락 베팅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엘리어트 매니지먼트가 투자자들에게 채권과 주식의 동반 급락에 대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10년 전 금융위기 직전에도 비관론자들이 지극히 소수에 불과했고, 그들의 의견에 대해 시장의 냉소가 쏟아졌지만 결국 예상이 적중한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당시 위기가 은행권에 집중됐던 데 반해 최근 리스크는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
장기 강세장에 동력을 제공했던 양적완화(QE)가 종료되고 양적긴축(QT)이 본격화될 때의 충격이 10년 전에 비해 훨씬 과격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이날 국제결제은행(BIS)는 10년 전과 흡사한 금융위기가 지구촌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비상 대책을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 역시 2020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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