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아닌 '조약' 체결할 것"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브라이언 훅 대(對)이란 특별대사가 미국이 이란과 탄도 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 등의 문제가 포함된 조약 체결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시각) 훅 특별대사가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제73차 유엔총회 일반 토의를 앞두고 정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서 청중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란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훅 대사는 이날 청중들에게 "우리가 이란과 체결하길 희망하는 새로운 합의는 지난번과 같은 두 정부 간의 협정(agreement)이 아니다. 우리가 체결하고자 하는 것은 조약(treaty)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체결된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이 미 의회에서 비준을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JCPOA는 2015년 이란과 서방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독일)이 체결한 협정으로,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대가로 국제 사회가 이란에 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에서 비준 절차를 밟지 않았기에 JCPOA가 '조약'이 아닌 '행정 협정'에 불과했으며, 이에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인 탈퇴를 강행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은 햅 협정 탈퇴 이후 이란 측에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고위급 회담을 요구해왔으나 번번이 이란으로부터 거절당했다. 훅 대사도 이날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모하마드 자리프 외무 장관 등 이란의 지도자들이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란의 대화 거절이) 우리의 계획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존중한다. 우리는 이란에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더 강력한 조치는 아직 취해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특사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4일 부활하는 2차 제재를 앞두고 이란산 석유 구입을 대폭 줄이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란이 평화와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안정과 번영은 이란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과 만나 관계 개선을 논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란이 응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란은 미국의 JCPOA 탈퇴가 중동 지역에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비난해 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제안은 그의 행동과 모순되는 발언이며 미국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부추긴다고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일 이란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를 직접 주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이란의 지도층과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의 만남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일고 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JCPOA 탈퇴 후 이란과 새로운 핵 협정 체결을 시사하며,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과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종식, 시리아 주둔 이란군 철수, 예맨 경제적 지원 금지 등의 12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