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8명에 대한 추행 대부분 유죄
法 “신변까지 공개하며 연극계 피해 폭로…진술 신빙성 높다”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 상대로 지속적으로 성추행”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19일 열린 이 씨의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자신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단원들을 연기지도 하면서 오랜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러왔다”며 징역 6년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06.20 deepblue@newspim.com |
재판부는 이 전 감독에게 적용된 8명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상습 강제추행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할 수 없다’는 이 전 감독 측 주장에 대해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데 상당한 고통이 따르는데 연극계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이 자신의 신변까지 공개하며 피해를 폭로했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면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늦게나마 밝히는 것으로 생각되고 고소의 진정성을 의심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강제 추행에 있어 폭행 등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아 강제추행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피고인의 연기지도에 어느정도 신체 노출이 용인돼 왔던 것으로 보이나 신체접촉이 이뤄진 구체적 부위나 정도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고 사회상규에 반하는 정도였다면 성추행으로 볼 수 있다”며 기각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연기 지도에 동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못했을 뿐이지 동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한 배경에 대해 “피고인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 겸 연출자로서 연극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며 “자신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단원들이나 출연 배우들을 상대로 연기지도를 하면서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러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감독을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던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에게 안마를 시키고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는 등 8명에게 20여차례 상습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했다.
또 연기 지도를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여배우들의 신체를 만지는 등 유사강간치상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극단 내에서 왕처럼 군림하면서 장기간 상습적으로 수십여명의 여성을 성추행해왔음에도 그다지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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